[한중일 환율 삼국지]중국·일본 '각자도생'… 한국 '좌고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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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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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까지 가시화되면서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3국은 외환시장을 적극 주시하고 있다. 수출이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 국가의 경우 환율이 가장 민감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과 일본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동북아에 '환율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 이들 사이에 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 중국, 위안화 가치 추락 막아라… 자본통제 강화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고심 중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잇따라 '깜짝 절하'를 단행하기도 했지만 자본유출 우려가 더 커져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1년 동안 중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조 달러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중국 인민은행은 5000억 달러가 넘는 외화를 소진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6월 3조7475억 달러에서 연말에는 3조3304억 달러로 급감했다. 올해 2월에는 3조2023억 달러로 줄었다.

여기에 미국이 6월이나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위안화 가치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지난 5월 한 달간 1.66% 상승해 작년 8월(2.7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지난 1일에는 위안화 기준환율은 달러당 6.5889위안으로 고시되며 2011년 2월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중국 인민은행은 환율 제도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당초 계획을 포기하고, 올해 들어 다시 자본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았지만 관리형 환율제도로 복귀한 상태다.

◆ 일본, 엔고 지속 외환시장 개입 카드 만지작

일본 정부는 올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음에도 엔고에 시달리자 외환시장 개입 카드를 만지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1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대규모 통화 완화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예상과 달리 엔화 가치가 급상승한 상황이다.

실제 올해 들어 엔화가치는 10%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 초 달러당 120엔 안팎이던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현재 110엔선이 무너진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 '점진적'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엔고 현상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일본 주력 수출기업의 실적에 경고등이 커졌고, 아베노믹스 동력 역시 힘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고 있어 추가 양적완화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4% 증가해 기술적 경기침체를 피하긴 했다. 하지만 지난달 구마모토 지진에 따른 여파로 2분기 위축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본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소 다로 부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직접 나서 개입 의사를 잇따라 내비쳤다. 하지만 미국이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지난달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도 입장 차이만 확인한 상태다.

송경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은 개선됐으나 소비가 부진해 추가 완화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앞서 마이너스 금리 시행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소수지만 마이너스 금리 효과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있어 추가 양적완화 현실성 여부는 50대 50이다"고 말했다.

◆ 한국 원화, 대외변수 노출 연일 널뛰기

한국의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미국 금리 인상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의 환율 정책, 경제 상황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우리나라와의 교역량이 가장 많은 국가인데다, 일본과는 주력 수출 품목이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환율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축통화에 속하는 위안화, 엔화와 달리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가 아닌 탓에 선제적 정책 대응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외환당국은 원칙적으로는 환율 결정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달러 거래를 통한 쏠림 현상 완화 조치를 해오고 있다. 다만 최근 환율 관찰국으로 지정됨에 따라 기존보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이런 와중에 원·달러 환율은 대외 변수에 그대로 노출, 연일 널뛰기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달러당 1130원선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하루 10원 안팎의 급등락을 반복하며 한 달 새 1190원선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앞으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일본은행 통화정책 회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FOMC, 브렉시트 등 앞으로 이벤트가 많아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작아지진 않을 것이다"면서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규칙적인 모습을 보이는 단계로 진입하지 않는 이상 매번 FOMC 회의 때마다 이런 모습이 반복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한국은 통화정책만으로 환율을 개선하기 어렵다"면서 "국제 금융 외교 강화 등을 포함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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