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20대 국회를 권력의 거수기들로 채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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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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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진 정치경제부 차장. 사진=아주경제]

여야의 20대 총선 후보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여야 모두 ‘상향식 공천’이니 ‘현역 물갈이론’이니, 별별 공천개혁안을 내세우며 ‘대수술’에 나섰지만, 결국엔 ‘너 죽고 나살자’식 계파 이기주의가 ‘전횡’과 ‘독선’이라는 망나니칼춤을 추며 피비린내 나는 공천대학살을 자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패권주의 청산 과정에서 갈등을 빚긴 했지만, 차츰 충격에서 벗어나 총선 대열을 정비해나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내홍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거의 막장 드라마 수준이다.

‘피의 화요일’로 일컬어지던 비박계 공천 대학살에서 나타났듯 ‘사생결단’식 계파 갈등은 분당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다.

참다 못한 비박계 당 대표는 당 공관위를 향해 “독재정권 공천”이라고 맞서고, 친박계는 당 지도부를 해체하고 자파의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세워 비상 체제로 총선을 치를 복안까지 갖고 있다.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에게 사실상 ‘알아서 물러나라’는 청와대와 '친박' 공관위의 침묵의 압박에 김무성 대표는 유 의원과의 동반 사퇴까지 시사하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숨 막히는 ‘치킨게임’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결국엔 집권 여당은 콩가루가 되고 말 것이다.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내홍의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있다. 대통령에게 밉보인 사람들을 모두 찍어내는 데 청와대가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경북, 부산, 충청도 릴레이 방문은 ‘내 사람 챙기기’ 의혹을 부채질하기에 충분했다.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레임덕 방지, 퇴임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서라도 ‘진박’ 인사들이 대거 당선돼야 한다는 게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식이다. 미래 권력을 아예 무력화하고, 권력의 돌격대나 거수기로 20대 국회를 채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의회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자 후퇴다.

집권 3년 만에 외교안보 정책은 오락가락 갈짓자 행보를 하고 있고, 경제는 엉망이 됐다.

북한의 핵실험 도발과 초강력 대북제재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저유가, 미국의 금리 인상, 신흥국의 재정위기 등의 글로벌 악재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민 체감은 바닥이다. 청년 실업률은 12.5%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은 언제까지 ‘발목 잡는다’며 야당 탓만 할 것인가. 쟁점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는 요원하다는 것인가. 묻고 싶다. '공정하고 투명한 경제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 '100%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통합을 실현하겠다', 대선 때 목이 터져라 부르짖던 국민과의 약속은 모두 어디로 갔나.

'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이라는 옛말이 있다.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거의 여왕'인 박 대통령이 '안보' 이슈가 먹히는 강원 지역을 방문한 후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을 훑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경북 방문 후 영남지역 지지층이 급속도로 결집하고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수도권에는 역풍이 불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은 당연히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레임덕도 막을 수 없고, 성공한 정권으로 남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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