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SPP조선을 둘러싼 채권단 간 ‘기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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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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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SPP조선이 채권단의 핑퐁게임에 결국 희생양이 될 처지에 몰렸다. 수익성있는 선박을 수주 받아놓고도 RG(선수금환급보증)이라는 보증서를 은행으로부터 받지 못해 계약해지가 돼버린 상황이다.

RG는 선박 수주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선주측이 RG를 확인해야 1차 선수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채권단은 조선사의 저가수주가 문제 되자, RG발급을 거부하면서 출혈경쟁을 막아왔다.

하지만 이번 SPP조선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수주한 선박 선박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이 손익검토에 나선 결과, 이익실현이 가능한 선박으로 평가됐다.

RG발급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간 감정싸움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앞두고 익스포저를 줄이기 위해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자금지원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독자적으로 성동조선해양의 자금지원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SPP조선에 대한 RG발급을 두고 두 은행간 충돌이 생긴 것이다.

우리은행은 ‘혼자 발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수출입은행은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이니 RG발급을 혼자 맡으라’며 감정적으로 대립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립이 장기화되자, 선주측은 계약을 모두 해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RG발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어떻게 믿고 발주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SPP조선측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가동률이 50%로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추가인력 구조조정 및 자금난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진행중인 매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최근 “수익성이 높은 선박에 대해 RG발급은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계약은 물건너 중국 등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이제야 허용하겠다니 늦어도 너무늦었다는 말이 나온다.

문제가 되는 것은 SPP조선이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장 수주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부터 환경규제가 심화되며 고사양의 선박을 발주해야 하는 선사 입장에서는 내년 추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보면 사회면에서 종종 보던 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병원이 서로 떠넘기다 결국 숨지게 했다는 뉴스가 떠오른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하지만 가족들은 고통에 신음하게 된다. 채권단은 앞으로 산업에 대한 신뢰와 명성에 걸맞는 책임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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