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의료선진국, 갱신제·동료평가로 의사면허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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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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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한번 의사면허 취득 평생 유지

  • 장애판정 받은 의사도 환자 진료 가능

  • 美·英·獨 등 전담 면허관리기구 갖춰

  • 의사자질 의문 땐 특별시험 통과해야

  • 형사처벌 대상엔 진료제한·면허 정지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조현미·한지연 기자 = 우리나라 의사면허 관리법은 국제 기준에 크게 뒤처져 있다. 한국은 한 번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평생 면허가 유지된다. 보수교육이 의무화돼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의료 선진국은 연수교육과 면허갱신 등을 통해 의사의 질 관리를 한다. 우리는 의사면허관리를 전담하는 별도 기구가 없지만 이들 국가는 따로 의사면허 관리기구를 두고 있다.

현행 국내 의료법을 보면 모든 의료인은 최초로 면허를 받은 후 3년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실태와 취업 상황 등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를 위해선 복지부 위탁을 받아 대한의사협회·한의사협회·간호협회가 운영하는 보수교육을 3년(24시간) 단위로 이수해야 한다.

면허 신고 때마다 연 8시간 이상의 보수교육에 참석하기만 하면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일으킨 다나의원 원장처럼 뇌병변 장애판정을 받은 의사도 언제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더구나 다나의원의 경우 진료가 불가능한 원장 대신 부인이 보수교육에 참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 부인은 2012년부터는 환자 진료까지 도맡아왔다. 그러나 다나의원 원장이 받게 될 징계는 '무면허 및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인한 4개월의 자격정지 처분뿐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료인의 면허관리가 운전면허증 갱신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에서는 일단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의사가 사고나 질병으로 더 이상의 의료행위가 불가능해도 본인이 스스로 진료를 멈추기 전까지는 막을 방법이 없다. 선진국처럼 의사면허 갱신제도나 진료 적절성에 대한 평가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법에는 '정신질환자(정신병, 알코올·약물중독) 등은 의료인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지만 효력을 잃은 지 오래다.

다나의원 사태를 계기로 우울증이나 치매에 걸린 의료인의 진료행위가 곳곳에서 폭로되고 있지만 이들을 처벌할 근거가 마땅히 없다.

임을기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과장은 "의사의 건강상태로 면허를 박탈하는 것은 자칫하면 장애로 의료행위를 제한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현행법상 의사의 건강은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간 꾸준히 종신제에 가까운 의료인 면허를 손보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됐다.
 

[아주경제 자료사진]


우리나라와 달리 의료 선진국에서는 정부나 별도의 의사면허 관리기구가 의사면허 자격을 계속 점검한다.

미국은 주별 면허원이 의사면허 취득 후 정기적으로 면허 갱신을 주관한다. 갱신 주기는 대개 2년이다.

면허원은 의사를 무작위로 선택해서 자격 적격 여부도 확인한다. 갱신 때 내야 하는 서류는 의료윤리에 입각한 의료행위 여부, 건강상태·질병 유무, 보수교육 수료 여부 등이다. 이를 허위로 제출하면 면허가 영구 박탈되기도 한다. 

주정부 차원에서 강도 높은 연수교육이 면허유지와 연관돼 의무화돼 있다. 의무 연수교육은 주마다 차이가 있는데 보통 1년에 50점을 이수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면허는 자동 취소된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3년 주기로 150시간의 연수교육을 면허갱신 조건으로 부과하고 있고, 오하이오주는 2년 주기로 100시간의 연수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정 기간 진료를 하지 않다가 다시 진료행위를 원할 때 진료행위 자질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엔 특별 시험을 치러야 한다.

영국·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의 경우 환자 민원을 받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의료인의 자격을 검증하고, 문제가 있으면 적절히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전문성을 신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매년 높은 수준의 보수교육 시간을 채우게 한다.

영국은 2009년부터 보수교육과 평가를 통해 의사면허를 재인증하고 있는데, 이를 전담하는 면허관리 법정기구인 '의학위원회(General Medical Council)'가 따로 있다.

보수교육 등의 품질관리 규제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전문의 자격을 상실하며, 최대 의사면허 취소 징계가 내려진다. 의학위원회 이사진을 의료인 6명과 일반인 6명으로 구성해 의료소비자의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특히 의학위원회 산하에 별도로 '의사조사위원회(MPTS)'를 만들어 의사의 진료 적합성을 따진다. 민원이 제기된 의사를 상대로 진료 적합성 청문과 판정을 한다.

의사의 기본적인 의료지식에 문제가 있거나 진료 행위가 다른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된 경우, 살인·강간·성추행 등으로 형사처벌 대상인 경우 공공의 보호를 위해 진료를 제한하거나 면허를 정지한다.

독일의 재인증 주기는 5년이다. 연수교육을 5년간 250점을 취득해야 재인증을 받을 수 있다. 개업한 의사는 전문과목 연수교육을 받을 의무가 없으나, 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는 전문과목 관련 내용이 70%여야 한다.

네덜란드·캐나다·벨기에 등에서는 의사면허 인증평가에 '동료평가'를 포함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5년마다 3명의 의사에게서 동료평가를 받아야 한다. 병원이나 개업의 모두 전문가 집단에서 규제하나 정부와 전문가 그룹으로 꾸려진 연합체가 감독을 맡는다.

캐나다 퀘백주는 전문직법에 따라 의사의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동료평가를 활용하고 있다. 동료평가 대상은 병원과 협력활동이 없거나 의사 사회에서 격리된 의사, 최근 5년간 3회 이상의 소원 수리가 접수된 의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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