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테랑 소방관이 되어 국민을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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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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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왕소방서 고천119안전센터 장용혁 지방소방사]


의왕소방서 고천119안전센터 장용혁 지방소방사 

동료 선후배들의 다급한 외침에 장비를 둘러메고 뛰어가면, 눈앞에 커다란 화염이 넘실거려 발걸음을 떼기 어려울 때 그 넘실거리는 화염 속에 동료들은 주저함 없이 한발 한발 앞으로 걸어 들어간다.

자욱한 연기 속 눈앞이 한치 앞도 안보일 때, 자세를 낮추고 앞사람의 등지게 불빛에 의지하며 ‘이 연기 속에 제발 사람이 있지 않기를’하고 생각한다. 다 타버린 판자집 옆에 털썩 주저앉아 망연히 하늘만 바라보는 노인을 바라본적 있는가. 모두가 무사히 출동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우리들 가슴 한편에 안타까움과 두려움을 채우며 다음 출동을 준비한다.

대원들의 안위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이며 우리가 행하고 있는 지금의 현장활동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생명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나의 행동으로 인한 치명적 결함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하며 다시금 지난 현장을 되새기며 작은 실수 하나라도 꼼꼼히 고쳐 나아간다.

현장의 압박감과 출동대기의 무거움속에서 우리가 소방관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 타인을 도와주었다는 봉사적 만족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2013년 8월 20일 새벽 4시경 비상전화를 받고 잠이 깨기도 전에 택시를 타고 소방서로 부랴부랴 출근을 하였다.

개인안전장구류를 착용하고 차량에 탑승하여 현장에 출동하니 포일동 숲속마을 지하주차장화재였다. 임용되고 처음으로 겪어보는 대형화재였다. 새벽임에도 주민들은 밖으로 나와 있었고 지하주차장입구는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위험한 상황이란 걸 알리고 있었다. 십여벌의 소방호스를 질질 끌어 옮기며 앞에 서있는 선배의 등에 꼭 붙어 자욱한 연기 속으로 들어갔다.

앞은 보이지 않고 면체의 유리에는 나의 입김인지 열기로 인한 수증기인지 뿌옇게 김이 서려있었다. 대원들은 뜨거운 열기가 방화복을 뚫고 들어오는지 서로의 몸에 물을 뿌려주며 진화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난건지 진화작업이 마무리작업에 들어갈 때 즘 해는 이미 머리위에 있었고 밖에는 숯 칠을 한 듯 검게 그을린 대원들이 진이 빠진 듯 앉아있었다. 다행히 작업 중 다친 대원은 없어보였다. 모두의 표정은 지쳐보였고 그늘이 져 있었다.

약 8시간정도의 긴 진화작업이 끝나고 모두가 장비를 챙겨 터덜터덜 복귀준비를 하고 있을 때, 누구로부터 시작된건지 알 수 없는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을 시작으로 점점 박수소리가 주변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모든 주민들이 대원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수고하셨어요’라고 말해주었다.

그 순간 직원들의 지쳐있던 표정에는 생기가 보이기 시작하며 드문드문 미소가 번져갔다. 그때 나는 따뜻한 감정을 느끼며 ‘지금 이 순간이 소방관이라는 직업의 가장 보람찬 순간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려는 우리 일의 가치를 누군가가 알아주고 격려해 준다면, 우리의 봉사성을 누군가가 알아주고 격려해준다면 소방관들은 스스로 자기만족감을 느끼며 이 직업의 보람을 느끼는게 아닐까?

건물들은 점점 더 고층화되고 첨단화 되어가고 화재에는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위험한 현실에서 우리 소방대원들은 좀 더 직업적 의식과 자기만족도를 향상 시킬 필요가 있다.

나는 아직 몇십년 동안 근무한 선배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작은 경험과 판단력을 갖고 있으며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은 새내기대원이지만 앞으로 더욱 전문적인 공부와 경험을 통해 현장활동을 좀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베테랑’적인 대원이 되어,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며 나의 봉사성과 직업에 대한 자기만족도를 높이며 정년까지 근무하는 ‘소방관의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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