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무더위, 시골집 선풍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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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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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내 나이 다섯 살, 나는 할머니가 계신 시골집에 맡겨졌다.

마땅한 장남감이 없던 시골집에서 장난감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파란 날개의 선풍기였다.

바람이 날리는 선풍기 뒤에서 마치 가수인 냥 노래를 불렀다. 선풍기 단 수를 이리저리 바꾸며 노는 재미도 쏠쏠했다.

놀다 제 풀에 지치면 대청마루에 누워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쐬며 잠들었다.

'덜덜덜' 선풍기 소리는 마치 자장가 소리와 같았다.

지금도 파란 날개의 옛 선풍기를 보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그 때 그 시절 시골집이다.

그리고 최근 그 향수가 떠오른 것은 50년 넘게 선풍기를 만들어 온 신일산업의 천안공장을 방문한 때였다.

천안공장에 있는 쇼룸에는 과거 시골집에서 봤던 낡은 선풍기가 전시돼 있었다.

고객 중 한 명이 선풍기와 관련된 추억을 편지에 담아 기증한 선풍기였다.

1959년에 창립한 이래 줄곧 선풍기를 만들어온 국내 소형가전 토종기업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테팔이나 필립스 등 외국 기업들이 국내 소형가전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 6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오는 신일산업은 그만큼 이례적이고 의미가 깊다.

하지만 신일산업은 현재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시달리며 경영권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일산업 경영진들은 청와대 및 법무부, 금감원 등에 탄원서 혹은 진정서를 내며 유관기관에 빠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삼성-엘리엇 사태와 같이 대기업이 지분을 통한 분쟁이 발생하면 유관기관 및 언론 등의 관심이 집중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주소다.

이에 적대적 M&A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대다수가 회사가 넘어가거나 상장폐지 되는 등의 비극을 겪는다.

국내에 자생적이고 역사 있는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선 토종 기업을 지키기 위한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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