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TALK] "장수현이 보고싶어" 김흥수 화백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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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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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서 회고전 70여점 전시 8월 31일까지

[2010년 fn아트에서 마지막 회고전을 하며 인터뷰했던 김흥수 화백. 이날의 패션은 부인 장수현관장이 옷 매무새를 연신 만져주며 자리를 함께 했었다. 김화백 뒤의 흑백사진은 젊은시절 김흥수화백 모습이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2014년 봄이었다. 부인을 먼저 보내고 만난 그는 초라해보였다. 색색의 굵직한 목걸이도 없이, 검은 색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그는 휠체어에 앉아 손님을 맞았다.  화려한 붉은색 옷과 커다란 장신구로 한껏 멋을 내고 등장한 이전 모습과 달리 빛을 잃은 느낌이었다.

 하얗고 얇은 손가락도 힘이 없었다. 악수를 하고 내려놓은 손은 창백해서 검버섯이 더욱 불거져 보였었다. 마침 늦은 오후여서 간식을 먹을 시간이라고 했다. "무엇 하시겠수?" 묻자, 옆에있던 처제가 "피자, 어때요" 라고 했다.

 그렇게 피자가 배달되어왔다. 상자를 펼치고 늘어진 치즈가 여유를 부리며 갈라주기를 기다리던 때였다. 그때 갑자기 그가 호통을 쳤다. "접시 가져와야지".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간 처제가 금색이 박힌 접시와 포크를 자리마다 내려놓았다.

 삼각형으로 잘라진 피자 한쪽이 접시위에 놓여지자, 그가 접시를 들고 피자를 한입 베어물었다. "워낙 예의를 따지세요" 부인의 동생 처제가 민망한 듯 속내를 비췄다. "맛이 있다"며 피자 두쪽을 먹고난 그가 말했다. "장수현이 보고 싶어요~"

 

[생전 김흥수화백과 부인 장수현 관장./ 사진=박현주기자]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무도 다음말을 잇지 못할때 그가 다시 말했다. "장수현, 마지막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더라고요." 43세나 차이나던 부인이 먼저 갈줄은 누구도 몰랐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30년 세월을 함께 한 부인(장수현)은 2012년 11월 13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수현은 나이먹어서 더 예뻐졌어요". 그가 하얀 수염을 한번 더 쓰다듬으며 말이 이었다. "나랑 장수현이 보러갑시다. 장수현이 보고싶어요. 그런데 멀어서 자주 갈수가 없네."

 그러자고 했다. 울산에 있는 산소는 자동차가 끝까지 올라갈 수 없어, 휠체어를 들고 가야한다고 했다. "꼭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평창동 집에서 손을 흔들고 본 모습은 마지막이었다. 시간은 전광석화였다.  어느날 느닷없는 비보가 문자를 통해 날아왔다. '김흥수 화백 별세'.  '장수현이 보고 싶어'. 아직도 그 목소리가 귓전을 스친다.  산소에 같이 가겠다고 지키지 못한 약속은 한이 됐다. 그는 이제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부인과 같이 있을까. 

 2014년 6월 9일, 하모니즘 창시자 김흥수 화백(1919-2014)이 95세로 세상을 떠났다.

 가나문화재단과 가나인사아트센터가 김흥수화백 1주기전을 마련했다. 김화백의 유족과 뜻을 모았다고 한다. 가나아트센터측은 "이번 전시를 위해 김화백의 4남매가 뜻을 모아 70여점의 작품을 내주었다"고 밝혔다.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1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이 전시에는 김화백의 회화 드로잉등 33점이 소개되고 있다. 나머지 작품은 전시기간 한차례 교체되어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김흥수 화백의 작품은 세계 미술계로부터도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1979년 하모니즘 선언전이후 구상과 추상을 아우른 '하모니즘 창시자'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쌍, 1986, oil on canvas and mixed media, 130x245cm.]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고유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김흥수의 50년간의 화업을 시대별로 되짚어 볼수 있다
 
 모자이크를 연상케 하는 콜라주 풍의 유화작업을 선보인 60년대, 구상과 추상, 객관적 재현과 주관적 내면세계 등 이질적 요소를 한 화면에 병치시킨 ‘하모니즘’ 보여준 70-80년대, 간결하고 명쾌한 선으로 그려낸 인체소묘가 많이 등장하는 90-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김흥수화백의 지치지 않은 열정을 새삼 만나볼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8월 21일까지. (02)396.1070

 

["만고의 진리로 이어온 음양의 원리에서 출발한 '하모니즘'은 어느 한 시대의 유행이나 유물일수 없으며, 그것은 시공을 초월한 원리인 것이다."(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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