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에 한 번' 만성화된 백화점 세일…소비자 불신·불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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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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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품 가격' 논란에 '아울렛화' 지적도

[그래픽=아주경제]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신세계·현대·AK플라자·갤러리아 등 이른바 ‘백화점 업계 빅 5’가 오는 4월 3일부터 일제히 봄 정기세일에 돌입한다.

세일 기간은 신세계백화점이 14일이며, 롯데 등 4개 업체는 모두 4월 19일까지 17일 동안이다. 한 달의 절반 이상 행사를 벌이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백화점 세일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불신은 끊이질 않았다.  우선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할인 행사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 등 3개 업체의 평균 세일 기간은 102일에 달했다.

이들 3개 백화점의 평균 세일 기간은 2010년 78일, 2011년 85일이었다. 2012년에는 처음으로 100일을 넘어 101일을 기록했다.

 

'3일에 하루는 세일’ 현상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본보가 매출 순위 기준으로 국내 4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AK플라자)에서 진행한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의 세일 행사 기간을 분석한 결과, 이들 4개 업체 평균 세일 기간은 55일이었다.

각 업체별로 규정한 세일의 횟수, 기간은 달랐지만 90일 가운데 평균적으로 35일만 할인 행사 없이 정가대로 판매된 것이다.

세일은 백화접 입장에서 '1석3조'의 효과를 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할인 행사를 벌이면 마진이 적더라도 입점 브랜드들로부터 판매 수익 수수료를 더 챙길 수 있다. 사은품으로 나눠주는 자사의 상품권으로 매출 외형도 키우고 비 세일 기간 고객 방문도 유도한다. 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줄이고 백화점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세일 행사를 통해서만 거둬들일 수 있는 것이 많다보니 백화점 마케팅 담당자들이 머리를 쓰지 않고 손쉬운 방법에 치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성화된 세일 행사는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올해 초 롯데·현대·신세계의 신년 정기 할인 행사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1%대에 그쳤다. 롯데백화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0.5% 늘었고, 현대·신세계백화점도 각각 1.4%, 1.1%씩 증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신년 세일 매출 신장률(롯데 10.6%·현대 6.1%·신세계 3.8%)과 비교하면 급감한 것이다.

게다가 백화점 업체들의 세일 꼼수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백화점과 참가 브랜드들이 가격을 처음부터 높게 책정한 뒤 세일하는 ‘가격 거품’이 대표적이다. 신상품을 표방하는 제품이 할인 품목에 포함되어 있다면 정찰 가격은 처음부터 무시된 것이다.

게다가 시간(기간) 한정이나, 물량 한정 등 희소성을 내세워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부추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버젓이 해당 상품이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 전문가들은 "가격 거품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경제적 소비를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하는 식의 마케팅은 문제이다"며 "세일 등 가격 할인 방법으로 단기적인 매출 상승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이를 지나치게 자주 활용하면 자승자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잦은 할인 판매는 기업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불러일으켜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의 자조 섞인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백화점이 연중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어 점점 아울렛화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라며 “평소 백화점에서 정상가대로 물건을 사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다는 소비자들의 말에 부끄러운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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