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공장 “현대기아차 외엔 못들어와”…현대제철 협력사에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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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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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사진=현대제철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현대제철이 당진공장 협력업체들에게 현대·기아차가 아닌 타사 차량의 공장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통보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오는 24일부터 기존에 타고 있던 타사 차량 대신 현대·기아차를 구하지 못한 협력업체 임직원들은 여의도 면적의 3배나 되는 882만㎡(267만평)의 당진공장을 걸어 다니면서 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4일부터 당진공장에 진입할 수 있는 차량을 모기업인 현대·기아차 브랜드만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협력업체들에게 전달했다. 출입제한 대상 차량은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출퇴근 및 공장내 이동을 위해 타고 다니는 비(非) 현대·기아차 브랜드 승용차와 승합차 등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이달 초 현대제철이 협력업체에 구두로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면서 23일까지 유예기간을 주겠다고 했다. 고작 3주 정도의 준비 시간만 주고서 갑자기 시행하겠다고 하니 당하는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도 아닌 협력업체들에게도 업무 차량을 현대·기아차가 아니면 안된다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대기업이 취할 자세는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협력업체들은 이번 조치가 자사 임직원과 협력업체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제철이 자사 과장 이하 평사원들은 현대·기아차만 타도록 하고 있지만 과장급 이상 직원들은 타사 차량 이용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현대제철이 자사 임직원들에게는 직급별로 타사 차량 이용을 허용하는 등 다소 유연한 정책을 펼치면서도, 협력업체에는 무조건 현대·기아차 사용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 제품을 쓰는 것은 암묵적인 관례다. 회사 입장에서도 애사심 고취 및 품질 파악 등을 위해 자사 제품 사용을 권장하고 근로자들도 자발적으로 구매하곤 한다”면서도 “하지만 자회사까지 직접 나선 경우는 보기 드물다. 현대제철이 협력업체에 모기업 차량으로 교체하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협력업체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내수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는 물론 자회사의 협력업체까지 자사차량 구매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억울하지만 방침이 정해진 만큼 협력업체들은 이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개인 소유의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임직원들로서는 당장 차를 바꿀 수 있는 여력이 없고, 회사도 영세해 차량을 지원하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통보는 내렸지만 현대제철은 출입제한에 따른 지원책이나 대안 등은 제시하지 않고 있어 협력업체가 불편과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대제철측은 “당진공장의 실무진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회사 방침과는 무관하다”며 “24일로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아니며 순차적으로 진행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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