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중국비즈(20)] “물보다 싼 맥주는 가라” 중국 맥주시장 ‘뉴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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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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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맥주 생산량 및 시장 점유율[사진=아주경제 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오늘날 우리가 즐겨 마시는 맥주는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술 중 하나다. 맥주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50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만든 수메르인들이 빵을 잘게 부순 후 맥아를 넣고 물을 부어 발효시켜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 이렇게 맥주는 인류 최초의 문명의 시작과 함께 탄생해 그리스인과 로마인에 의해 유럽, 미국 등지로 전파됐다. 맥주는 오늘 날 전 세계 사람들이 물과 차 다음으로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가 됐다.

△세계 최대 맥주시장 '부상'

중국에 맥주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세기 말에 서양에서 도입되면서부터다. 맥주는 중국어로 ‘피주(啤酒)’다. 당시 영어의 ‘비어(Beer)’ 발음을 음역해서 만들었다. 이후 맥주 소비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 최대 맥주 소비·생산국으로 부상했다. 1991년부터 매년 열리는 칭다오 맥주 축제는 이제 독일 옥토버페스트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맥주 축제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일본 기린맥주가 전 세계 맥주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중국 맥주 소비량은 4420㎘로 이는 미국의 1.8배가 넘는 규모이며 전 세계 맥주 소비량의 23.6%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재 중국은 맥주 소비량 기준으로 10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생산량도 세계 1위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맥주 생산량 전년보다 4.6% 증가한 5061만5000㎘에 달했다. 

든든한 맥주 생산 소비량을 등에 업고 중국 맥주는 세계 각국의 유명 맥주 브랜드를 누르고 세계 맥주 ‘톱10’ 순위의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맥주 브랜드는 중국 화룬(華潤)그룹의 쉐화(雪花)맥주다. 쉐화맥주의 출고량은 800만㎘로 우리나라 전체 맥주 출고량의 4.3배가 넘는다. 2위 역시 중국 맥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칭다오(靑島) 맥주다. 4위 역시 중국 베이징 지역 토종 맥주인 옌징(燕京)맥주다.

△ 외국기업도 ‘군침’

거대한 중국의 맥주 시장을 해외 맥주기업들이 가만히 내버려둘 리 만무하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중국 맥주시장에서는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전개돼 왔다.

2013년 기준 중국 시장점유율 23%로 9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룬쉐화의 제2대 주주는 바로 사브 밀러다. 중국 국유기업인 화룬이 지난 1994년 영국 주류업체 사브 밀러와 합자해 설립했다. 현재 사브밀러는 화룬쉐화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17.2%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자존심’ 칭다오 맥주의 2대 주주 역시 일본 아사히 맥주다. 아사히 맥주는 칭다오맥주 지분 20%를 보유해 2대 주주에 등록돼있다.

올해에도 중국 맥주시장 인수합병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 세계 4대 맥주 생산업체 칼스버그가 15억6000만 위안을 투자해 충칭맥주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내 맥주시장 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칼스버그는 그 동안 윈난 다리(大理)맥주, 시짱 라싸(拉薩)맥주, 신장 우쑤(烏蘇)맥주, 란저우 황허(黃河)맥주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중국 내 맥주사업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14.1%로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한 엔호이저부시 인베브(AB 인베브)도 올해 지린(吉林)성 진스바이(金士百)맥주, 장쑤(江蘇)성 다푸웡(大富翁)맥주를 잇달아 집어삼켰다. AB인베브는 앞서 2004년 하얼빈맥주를 인수한 데 이어 2006년엔 쉐진(雪津)맥주를 인수하며 중국 시장에서 세를 불려왔다.

이에 따라 중국 맥주시장을 사실상 외국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계에 따르면 외국기업이 최소 중국 맥주 생산량의 40%를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프리미엄 맥주 생산량의 60%를 외국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3대 맥주브랜드인 쉐화·칭다오·옌징 중 중국 토종 자본으로 이뤄진 곳은 옌징맥주뿐이다.

△ 맥주시장의‘뉴노멀’

그간 급격하게 성장해 온 중국 맥주시장이 이제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바야흐로 중국 맥주시장에도 ‘뉴 노멀'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지난 8~9월 맥주 판매 성수기 시즌에 오히려 중국 맥주 판매량은 15% 급감했다. 3분기 중국 맥주 생산 판매량 증가율은 상반기 6.2%에서 1.7%로 큰 폭 둔화됐다.

그 동안 중국에서 맥주는 한 캔에 몇 백 원으로 ‘맥주가 물보다 싸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중국인의 소득 제고에 따라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중국에선 고급 프리미엄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중국 토종 맥주기업들은 최근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주류업협회는 지난해 중국 국내 맥주업계에서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28.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중국 대표 맥주브랜드 칭다오맥주도 예외는 아니다. 칭다오맥주 3분기 판매량은 284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4.79% 줄어든 87억79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옌징맥주도 3분기 맥주판매량이 164만t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16% 줄었다. 매출액도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0.12% 줄어들며, 순익은 7.28% 나줄었다. 

반면 AB 인베브는 지난 2분기 중국 국내 맥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AB 인베브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14%대에서 올해 상반기 15%까지 늘어났다. 

수입맥주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중국이 수입 맥주에 대해 무관세 조치를 취하는등 토종 맥주와 가격 차가 좁혀진 데다가 프리미엄 맥주 선호도가 늘면서 수입맥주 수요가 늘고 있는 것. 중국 외국 맥주 수입량은 2011년 5만㎘에서 2013년 16만㎘로 큰 폭 급증했다.

이에 따라 중국 토종 맥주기업들이 더 이상 저가 전략에 머물지 말고 고급 프리미엄 맥주 시장을 공략하며 중국 맥주시장의 ‘뉴노멀’에 적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별그대’ 돌풍에 한국 맥주도 인기

한편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로 중국에서도 ‘치맥(치킨과 맥주)’열풍이 불면서 국산 맥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등 국내 주류업체도 13억 중국인을 사로잡기 위해 프리미엄 맥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중 가장 발 빠른 업체는 하이트진로다. 이미 지난 1994년 중국 시장에 수출을 시작한 후 2008년 베이징진로해특주업(이하 베이징진로) 법인을 세우며 본격적으로 중국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와 소주를 포함해 지난해 936만 달러 어치 주류를 중국에 수출했다. 하이트진로는‘프리미엄 맥주를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올 4월 AB인베브와 재통합한 오비맥주 역시 지난 26년 동안 ODM방식으로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에 ‘블루걸’ 맥주를 수출해 왔다. 내년부터는 카스맥주를 중국에 공식 수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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