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벗기기 현장③] '패션왕 코리아' 편, 패션쇼 백 스테이지 못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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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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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SBS]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SBS ‘패션왕 코리아’는 지상파 최초 패션 전문 프로그램이다. 케이블에서 패션 프로그램을 쏟아 내고 있는 사이 “시청자가 너무 한정적인 것 아니냐”고 관망했던 지상파 사이에서 최초로 패션 프로그램에 도전해 중국에 판권을 팔 만큼 성과를 내고 있다.

연예인과 디자이너가 한 팀을 이뤄 옷을 만들고, 100명의 방청객에게 평가받아 꼴찌가 탈락하는 대결구도다. 케이블 패션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밍밍할 것 같다고? 천만의 말씀. 디자이너와 연예인의 갈등은 '욕만 참는' 수준으로 웬만한 싸움 구경보다 더 재미있다. “한상혁 디자이너 옷이 하위권이라고? 저 옷이 지난 시즌에 얼마나 인기 많았던 건 줄 알아? 판정단 못 믿겠네”라는 송혜명 디자이너의 절규는 MBC ‘나는 가수다’에서 김건모가 탈락했을 때 “나, 이 결과 못 받아들인다”고 했던 이소라를 떠올리게 할 만큼 짜릿하다.

어느덧 시즌2 막바지에 다다른 ‘패션왕 코리아’가 8일 준결승 녹화를 진행한다기에 SBS 서울 상암동 사옥을 찾았다.

◇오전 8시~오전 9시: 사전 인터뷰 및 의상 확인

오전 8시 전 도착한 SBS 상암 사옥 1층 로비에는 이미 두 대의 카메라와 한 명의 작가가 대기 중이었다. 출연진이 도착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서다. 세미 파이널을 치러야 하는 출연진은 긴장된 표정으로 인터뷰를 마치고 3층에 위치한 각자의 대기실로 이동했다.

대기실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연예인, 매니저, 스타일리스트와 모델, 모델의 메이크업팀과 헤어팀, 프로그램 작가와 카메라맨이 두 평 남짓한 공간에 얽히고설켜 있었다. 디자이너가 도착하자 대기실 한편에 서 있기도 미안해질 정도였다. 디자이너와 디자이너 스태프는 그날 미션에 사용할 의상뿐만 아니라 신발, 모자 등의 소품까지 바리바리 싣고 왔다. 큰 캐리어 세 개는 기본. 캐리어 하나를 슬쩍 열어 보니 신발이 족히 20켤레는 돼 보였다.

점잖은 척하면서 다른 팀의 의상을 염탐하러 온 디자이너도 있다. 무심한척하며 노련하게 훑어내는 시선에 웃음이 나올 정도. 자신의 대기실로 돌아가서 “다른 팀 의상은 별로더라. 우리가 1등 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모습을 보자니 경쟁을 둘러싼 그들의 승부욕이 진심이라는 것이 전해 온다.

◇오전 9시~오전 10시 30분: 팀별 리허설

[사진 제공=SBS]

오전 9시부터는 팀별 리허설이 시작됐다. 대형 화면과 10m 길이의 런웨이, 화려한 조명으로 이뤄진 엄청난 스케일의 세트장은 녹화 전날 밤을 새워 짓는다. 리허설 하는 팀 외의 다른 팀은 참관하지 못하게 철통 보안을 유지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영상과 음악이 맞지 않자 무대 연출자 표정이 굳고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갔다. 모델들은 몇 번이고 다시 워킹을 해야 했다. 이날의 미션이 ‘패밀리 룩’인지라 어린이 모델이 참여했는데, 거대한 무대에 잔뜩 긴장한 탓에 리허설이 길어졌다. 디자이너부터 PD까지 어린 모델 달래기에 여념이 없고, 화가 나면 호랑이 같던 무대 연출자도 아이들 앞에서만은 애써 웃으며 “괜찮아, 괜찮아. 다시 해 보자”고 권했다.

본래 녹화 예정 시각은 오전 10시였는데 10시 30분이 넘어서야 방청객이 입장했다.

◇오전 10시 30시~오전 11시 10분: 방청객 입장

방청객이 입장하고도 첫 슬레이트를 치는 데에는 30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지정 좌석에 앉은 방청객이 들뜬 표정으로 인증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 SBS 개그맨 김정환이 ‘바람을 잡으러’ 무대 위로 올라갔다. SBS ‘웃찾사’ 방청권으로 분위기를 달군 그는 “의상을 보고 상의하는 것처럼 옆 사람과 수근거리는 리액션을 해라” “새로운 시도에 놀라는 듯한 표정도 좋다” 식의 구체적 반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방청객이 왜 지정좌석인가 했더니 투표 때문이었다. 방청객에게만 공개된 어플로 임시투표를 해 보고 오류는 그 자리에서 수정했다. “6번, 27번, 89번, 안 눌려요”라고 투표 담당자가 외치면 문제를 바로잡는 식이었다.

방청객의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에는 초록 스티커가 부착됐다. 사진 동영상 유출을 막기 위함이다.

◇오전 11시 10시~오후 1시 30분: 본 녹화

[사진 제공=SBS]

바람잡이 김정환이 물러나자 패션패널 홍석천과 게스트 블락비가 방청객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 MC 신동엽이 등장했다. 신동엽은 “연예인과 디자이너가 최선을 다한 만큼 진심을 다해 투표해 달라”고 당부했다.

녹화는 실제 방송을 보는 것처럼 물 흐르듯 진행됐다. 편집으로 잘려 나갈 군더더기가 많지 않았다. 방송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모델이 두 번씩 워킹했다. 서혜진 PD는 “방청객에게 옷을 자세히 볼 수 있게 하고, 시청자에게 다양한 각도의 옷을 보여 주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100명의 방청객이 투표를 마치고 결과 발표만을 남긴 순간 출연진들은 짙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광희는 “얼마나 힘든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결승에 진출하든 못하든 빨리 결과를 알고 싶다. 경쟁에 대한 압박 때문에 결승에 가고 싶지 않기도 하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는 한결 더 초조해 보였다. 애써 웃어 보였지만 굳은 얼굴 근육이 먼발치에서도 느껴졌다.

이날 탈락자는 고태용 디자이너와 지코, 피오 팀이었다. 1회 때부터 “우리는 파이널까지 갈 것”이라며 마지막 미션 의상을 준비하던 팀이라 충격은 더 컸다. 제자리를 끝까지 지켜야 했던 출연진은 녹화를 마치는 “컷” 소리가 나서야 탈락자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기념사진을 찍으며 준결승을 기념하는 출연진을 향해 서혜진 PD가 외쳤다. “2시부터 결승 리허설 시작입니다. 30분간 식사하시고 2시까지 스탠바이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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