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용 전 수석, 내정 사흘 전 경찰 소환 조사...청와대 부실검증 인사시스템 논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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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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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청와대 인물검증 또 구멍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 임명 3개월 만에 전격 사퇴한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 수석이 최근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확인됐고, 특히 청와대 내정 발표 사흘 전에 경찰 소환 조사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향후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부실검증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송 전 수석이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을 몰랐다고 하든, 알았다고 하든지 간에 청와대가 송 전 수석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모두 문제 소지가 커 보인다. 

22일 교육계와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송 전 수석은 청와대의 내정 발표가 나오기 전 이미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송 전 수석이 총장으로 재직했던 서울교대를 비롯, 17개 국공사립 대학이 교육부 장관의 인가 없이 등록금 일부를 수수료로 걷어 외국대학 연계프로그램에 활용한 것에 대해 수사를 진행중이다.

2007년부터 4년간 서울교대 총장을 지낸 송 전 수석은 총장 재직 시절 학교 부설기관인 평생교육원을 통해 ‘1+3 국제특별전형’을 운영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외국대학 연계프로그램을 운영한 상당수 대학들이 유학원으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아왔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송 전 수석 역시 평생교육원에서 수당 1400만 원을 불법으로 받았다가 교육부의 감사를 받고 전액 반납한 적이 있다.

경찰은 작년 초 첩보를 입수해 내사 및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달 16일 서울교대 등 6개 대학을 서울중앙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서초경찰서는 이에 따라 지난 6월 9일 송 전 수석을 소환조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사흘만인 6월 12일 송 전 수석을 교육문화수석에 내정하고 같은 달 23일 임명장을 수여했다.

위법 행위로 경찰 소환조사까지 받은 상태에서 임명이 강행된 것이다. 서초경찰서는 송 전 수석을 소환조사했다는 사실을 7월 22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공식 보고했으며, 같은 달 31일 송 전 수석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밖에도 송 전 수석은 지난 6월 임명 당시 제자의 연구성과를 가로챘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등 과거 행적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송 전 수석의 개인비리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정치권 등에서는 송 전 수석의 사퇴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송 전 수석의 또다른 비리가 불거질 경우 청와대의 구멍 뚫린 인사 검증과 박 대통령의 ‘코드 인사’가 빚어낸 참극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송 전 수석은 정수장학회 이사, 서울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과 전국교육대총장협의회장,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 등을 지낸 친박근혜계 인사다.

송 전 수석을 천거한 인물이 누구인지, 청와대의 인선·검증 과정을 명백히 밝히고,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불투명한 인사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의 ‘묻지마식 미스터리 인사’는 이번뿐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인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9일 만에 중도 사퇴해 논란이 됐고, 지난해 7월에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 도중 남측 수석대표가 바뀌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천해성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이 대통령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다가 8일 만에 내정이 철회되고 통일부로 복귀했다. 7월에는 유진룡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갑자기 면직처리 됐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송 전 수석의 사퇴 보도가 나온 뒤에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출국 전 사표를 수리했다”고 시인하는 정도에 그쳤을 뿐이다.

​야권은 청와대가 송 전 수석의 사퇴 이유를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는 것은 청와대의 부실인사 논란을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은 해외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송 전 수석이 사퇴한 배경에 대해 국민들께 즉각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 정부의 미스터리 인사가 점입가경”이라며 “청와대는 공식적인 설명도 없이 송 전 수석이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어물쩡 넘어가려고 한다”면서 “송 전 수석이 강의도 없는 학교로 돌아간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명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그것도 박 대통령이 캐나다 순방 당일에 자신이 담당하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린 와중에 사퇴한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러니까 이 정부의 인사를 미스터리 인사, 밀실인사라고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민들께 솔직하게 설명하지 않고 비밀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며 “고위공직자의 진퇴를 비밀주의로 처리한다면 민주공화정이 아니라 왕정이고, 청와대가 아니라 궁궐이 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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