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OK시골] 전원주택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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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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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굴서 도를 닦은 제자가 스승을 찾았다. "저는 토굴 속에서 십수년간을 도를 닦아 방안에서 밖을 볼 수 있는 투시력을 얻었습니다."

스승이 대답했다. "대단한 것을 얻었구나. 그런데 난 지금이라도 그 도를 행할 수 있는데 토굴 속에서 그 고생을 했느냐?" 대수롭지 않다는 듯 스승이 말하며 창문을 가리켰습니다. "저 문을 좀 열어 보거라!"

제자는 스승의 신통치 않은 반응에 힘이 빠져 가리키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스승이 말했다. "문만 열면 밖이 훤히 보이지 않느냐? 이토록 쉬운 도가 있는데 왜 방안에 앉아서 벽을 뚫고 밖을 보겠다며 십수년간 그 고생을 했느냐."

전원주택을 짓는 사람들 중에는 방안에 앉아서 밖을 보는 투시력을 키우려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파트 생활을 접고 전원주택을 짓는 사람들은 친환경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다. 자재도 황토나 나무를 고집하고 구조도 친환경적이라야 한다. 거기에 방안에 가만히 앉아 주변의 온갖 경치를 다 구경하려든다. 거실 벽은 전부 창으로 하고 침대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천창도 단다. 한해만 시골생활을 해보면 금방 비효율을 알지만 시작 때는 모두 그런 꿈에 젖는다.

예를 들어 거실에 큰 창을 달고 바깥 경치를 감상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겨울엔 춥고 난방비 걱정도 크다. "방안서 투시력을 키울 게 아니라 문 열고 나가면 될 것을…" 하고 후회한다.

전통한옥들은 바깥 경치를 보려고 큰 창을 달지 않았다. 방안에서 밖을 보는 것은 손바닥보다 작은 문살 몇 칸의 유리가 전부였다. 그것도 안에서는 한지를 붙이고 필요할 때마다 들추고 내다봤다. 바깥 경치를 보고 싶을 때는 수고롭지만 방문을 열고 나가 정자로 갔다. 경치 좋은 계곡이나 산위에 정자나 누각을 짓고 즐겼다.

방안과 거실에 앉아 주변의 좋은 경치를 감상하려다 보니 넓은 창을 달고 높은 곳에 자리 잡는다. 경치를 다 방안에 우겨넣으려다보니 집도 커진다. 결국 부담이 되고 살기 불편한 집이 된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관리가 편하고 연료비가 적게 드는 경제적인 주택이 돼야 한다. 경치를 보고 싶을 때는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나가면 모두 자연이다. 그런 부지런함이 전원생활을 윤택하게 한다.

“십년을 준비하여 초가삼간 지어내니 / 나 한 간 달 한 간 청풍 한 간 맡겨두고 / 강산은 들일 곳 없으니 둘러놓고 보리라” 조선전기 송순의 시조다. 강산을 굳이 방안에 들이려 우기지 말고 둘러놓고 봐도 좋지 않을까?

김경래 OK시골 대표 / www.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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