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차이나 아카데미] 차프타와 한·중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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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0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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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효백 경희대학교 중국법학과 교수 겸 서울-베이징 친선우호협회 대표

 

2010년 1월, 베이징 사람들은 과일의 왕과 여왕이라고 불리는 두리안과 망고스틴 등 진귀한 열대과일들을 예년에 비해 훨씬 싼값으로 맛 볼 수 있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사이에 전면 발효된 자유무역협정인 차프타(CAFTA) 덕분이다. 두 지역 교역품목수의 90%가 넘는 7445개 품목에 대해 관세가 한 푼도 붙지 않는 무관세 무역이 시작된 것이다.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연합(NAFTA)과 함께 세계 3대 자유무역시장인 차프타는 인구규모와 성장잠재력을 고려하면 세계 최대 단일 경제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경제는 차프타로 인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열게 되었다. 글로벌경제위기 여파로 북미와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 감소분을 동남아 시장 진출통로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중국은 동남아의 풍부한 원자재와 에너지를 무관세로 확보하고 섬유, 완구, 철강, 기계, 전기전자 등 자국제품의 수출증가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국제무역에서 위안화 결제를 늘리는 ‘위안화 국제화’의 촉진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학계에서는 앞으로 5년 안에 동남아에서 위안화가 막힘없이 유통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반면 아세안 국가들은 과일, 목재, 원유, 광물 등의 수출증가로 얻는 이익보다 덤핑 수입되는 중국의 잉여공산품으로 받는 손실이 더 크다며 차프타에 대해 뒤늦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경제단체들은 일부품목에 대해 관세율을 유지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저렴한 중국산 수입품이 쏟아져 들어오면 자국의 주요산업이 중국산 제품을 거래하는 유통업으로 전락해 대규모 실업사태가 불가피할 것을 걱정하며 연일 시위를 벌였다.

차프타의 전면발효는 아세안 지역 시장 선점을 위한 한·중·일 경쟁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확고히 한 것을 의미한다. 지역맹주로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아세안에 대거 진출한 중국기업과의 경쟁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 예상되는 만큼 현지생산 거점 확보와 틈새시장 발굴 등 주도면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차프타에 대한 아세안의 때늦은 우려는 한·중 FTA협상에서 한국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2001년부터 거론되었던 한·중 FTA는 초기에는 중국 시장의 진입 확대를 감안한 한국이 서두르는 편이었으나 근래에는 중국의 경제력이 무한 질주하면서 오히려 중국이 적극적이다. 최근 중국은 농산물 양보와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자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지난 달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 중 FTA를 연내에 타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자고 선언한 바 있다. 2009년 12월 당시 부주석 신분으로 방한한 시진핑 주석이 가장 역점을 두었던 사항도 한·중 FTA의 조속한 협상이었다.
한국은 그동안 한·중 FTA의 기대이익으로서 자동차, 철강, 전기 전자제품 등 경쟁력 강한 국내제품의 중국수출이 활발해질 것을 첫 손가락에 꼽아왔다.

그런데 꼼꼼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 한국이 이들 제품에서 비교우위를 지켜 갈 수 있는지, 중국산 저가 농수산물 수입만 근심하고 중국산 잉여공산품의 수입급증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인지 등이다. 사실 한국 기업들이 거의 모든 공산품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FTA체결에 따른 한국의 실익은 크지 않다.

수출액과 외환보유액 세계 1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지금의 중국은 한·중 FTA가 논의되기 시작하였던 10여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더구나 최근 수년간 중국 상품에 대한 한국 상품의 경쟁력 우위 품목수는 갈수록 줄고 있는 반면에 경쟁력 열위 품목수는 급속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필자는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새로운 판도 변화에 맞게 우리의 한·중 FTA의 협상전략을 원대하고도 치밀하게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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