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5년에 임원, 임원 15년에 경질. 그리고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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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1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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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삼성 장원기 사장, 베이징 열정락서 토크콘서트에서 털어놓은 좌절기

중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명강의'를 펼치고 있는 중국삼성 장원기 사장.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2011년 7월 (삼성전자 LCD사업부) 사장에서 '짤리고' 너무나 섭섭하고 실망했다. 삼성에 몸바쳐 일해왔는데 이럴수가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순간 베이징대 100주년기념관에 운집한 2000여명 학생들은 숨을 죽였다. 10일 저녁 베이징에서 진행된 삼성 '열정樂서' 토크콘서트에서 중국삼성 장원기 사장이 토로한 2011년 당시의 좌절기는 대학생들을 사로잡았다. 그것도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직장인 중국삼성의 CEO가 소개하는 인생의 부침이라, 학생들은 집중한 채 귀를 기울였다. 

장원기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그야말로 '몸을 바쳐' 일을 했다. 장사장은 "1984년부터 96년까지 1년 365일 중 350여 일을 치열하게 일했다"며 "말콤 글래드 웰은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저는 일에 5만 시간을 투자한 셈"이라고 말했다. 화학공학과 출신이면서도 입사후 반도체분야의 공부를 열심히 해 최고의 기술자에 올라선 그다. 회사는 그의 열정을 높이 평가해 입사 15년만인 1996년 상무로 승진시켰다.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

장 사장은 1996년 상무 승진 이후, 2년 마다 승진을 거듭해 2009년 입사 28년 만에 사장에 올랐다. 장 사장은 이 대목에서 "1981년 입사 이후 제 꿈은 사장이 되는 것"이었다며 "꿈은 못해서 안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힘을 줬다. 이어 학생들에게 "치열한 노력과 함께 인내가 필요하며, 여러분들도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 꿈이 있다면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글로벌 LCD 경기가 부진을 거듭하자, LCD부문 사장이었던 그가 경질됐다. 2011년 7월의 일이었다. 장 사장은 "당시는 삼성 뿐 아니라 모든 LCD업체들이 적자를 보고 있었다"며 "누군가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너무나도 실망하고 낙담했었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그의 발언에 일부 학생들은 탄식을 했고, 일부 학생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양 아쉬워하며 이야기에 더욱 몰입해가는 모습이었다.
 

중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명강의'를 펼치고 있는 중국삼성 장원기 사장.



사장에서 대표이사 보좌역으로 물러난 그는 속으로 '더 크고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을 얻은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고 세가지 일을 했다고 소개했다. 첫번째는 삼성그룹의 다른 CEO들과의 만남이었다. 그는 "다른 사장들은 일을 어떻게 해왔고, 나와는 어떤 부분이 다른지를 열심히 듣고 배웠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독서였다. 그는 경질 후 6개월동안 70여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주로 경영, 경제, 역사 분야의 도서였다. 세번째는 중국어학습. 이 대목에서 그는 "중국에서 잘하는 기업이 결국 승리한다고 생각하고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강조했다. 

6개월여의 공백기를 딛고 그해 12월 그는 중국삼성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당시 상황에서 그의 복귀는 의외였다. 장 사장은 "아마도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소문이 났나 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중국삼성 사장 취임식에서 그동안 배운 중국어를 활용했다. 장사장은 "첫 몇마디만 중국어로 할 줄 알았던 중국직원들이 취임사 전체를 중국으로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며 "이후 저는 사내 공식언어를 중국어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삼성 사장으로서 장사장은 '기술쟁이 중국통 CEO'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 그는 "중국을 제대로 아는 '기술쟁이' 출신 중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며 "중국어를 계속 공부하면서도,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문화유적지는 물론 공원 등 구석구석을 다니며, 중국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온 몸으로 중국을 체감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취업과 진로 고민에 지침이 될 3가지 키워드를 소개했다. '3중(가운데 中, 무거울 重, 무리 衆)'을 지키라는 것. 첫번째 중(中)은 '내 꿈의 중심에 나를 세워라'라는 것이고 두번째 중(重)은 '내 실력에 무게를 더하라'라는 것이며, 세번째 중(衆)은 '혼자 하지 말고 함께 하라'라는 의미다. 
 

양양 IOC 위원.



한편 ​'열정樂서'란 삼성의 CEO들과 경제/경영/문화/스포츠 분야를 대표하는 최고의 멘토들이 학생들을 만나 열정과 희망을 직접 전달하는 토크쇼 형식의 콘서트다. 지난 2011년부터 한국에서만 총 69회에 걸쳐 24만여명이 참여했으며 이번 베이징 행사는 70회였다. 

이 날 행사에는 중국에서도 100만부 이상 판매를 기록하며 히트를 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인 김난도 교수가 '대학, 황홀한 흔들림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인생 80년을 24시간으로 비유할 때 현재 20세는 오전 6시로 조급해 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국민 영웅에서 스포츠 외교관으로 새로운 인생을 도전해 나가고 있는 양양(楊揚) IOC위원도 강연을 펼쳤다. 또한 행사에는 가수 박정현과 정준영이 출연해 특별공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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