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나무와 사람의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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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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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충실 동작구청장


지금은 제법 알려진 동작충효길을 걸어본 시민들이라면 혹시 발견했을지 모르겠지만, 1코스 전망대를 오르다보면 연리목이라는 팻말을 건 다소 특이해 보이는 나무를 볼 수 있다.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나무의 줄기가 합해져서 한 나무로 자라는 현상을 말하는데, 도심은 물론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보니 이 연리목이 충효길에서 명물로 자리잡아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의 이목을 끄는 일은 자연스럽다. 

연리목을 효(孝)와 연결 짓는 일은 비교적 그 역사가 깊다. 후한서(後漢書) 채옹전을 보면 후한 말의 문인인 채옹은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삼년 동안 옷을 벗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고 한다. 병세가 더 악화되어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채옹은 초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했다. 그 후 채옹의 방 앞에 두 개의 싹이 나기 시작했는데, 점점 자라면서 가지가 서로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한 그루 나무가 되었다. 이를 두고 세인들은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것이라 칭송한 것은 물론이다.

효를 으뜸으로 치는 유교 문화권에서 나무가 그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나무가 그 당시 사회에서 중요한 한 축을 차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복잡하게 예를 들지 않더라도, 바로 얼마 전까지 나무는 아이들이 벗은 발로 올라 맨살을 비비던 놀이의 장소이자, 집집마다 땔감으로 비축해놓아야 할 필수품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들에게 나무는 어떤 의미인가.

민둥산은 오래 전 빽빽하게 채워졌고, 도심에서도 여유 공간만 있다면 가로수가 들어서고 있으니, 이 시대를 '나무의 전성기'라고 불러도 될까(?). 물론 눈을 해외로 돌리면 사실은 정반대에 가깝다. 중국과 몽골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막화와 개발을 명목으로 무참히 베어지는 아마존 열대림을 떠올린다면, 나무의 전성기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람과 나무사이에 존재하던 교감은 차츰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나무는 우리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친숙한 존재가 아니라 단순한 배경으로 물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이제 나무는 도심의 기능에 맞게 조경되고 배치되는 무미건조한 장식에 불과하다고 말한다면, 이는 지나친 과장일까. 그렇다면 잃어버린 나무와의 교감을 복원하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우선 나무를 우리의 삶으로 깊숙이 들이는 것으로 그 시작을 삼을 일이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말 같지만 골자는, 우리의 주거 환경과 숲을 서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가로수를 배치하기보다, 자연 상태 그대로를 우리의 공간과 서로 잇자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문을 열고 나가 나무를 만지고 그 푸른 냄새를 맡는 것에서 사라진 나무와의 교감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곧 나무와 사람이 함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공존의 길이라고 믿는다.

식목일을 앞두고 나무와의 교감에 도움이 될 만한 우리 동작구만의 숲길을 소개한다. 바로 오는 4일에 개통되는 서달산 자락길이 그 주인공이다. 동작충효길과도 이어지는 이 자락길은 어린이, 장애인, 유모차가 지날 수 있도록 463m 무장애길로 조성됐다. 소나무, 벚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등 6700여 그루도 새로 심었다. 아이들, 지인들과 함께 이 길을 걷다보면, 그 푸른 나무냄새가 차츰 우리 삶의 한 가운데로 들어서는 귀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문충실 동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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