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관세전쟁 속 중국 경제 둔화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특히 투자는 팬데믹 당시를 제외하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다만 증시 과열 우려가 커 중국 정부가 당장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8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로이터, 블룸버그 등이 내놓은 시장 전망치 5.7~5.8%를 밑도는 수준으로 지난해 8월(4.5%) 이후 최저치다.
같은 달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4% 증가해 역시 트레이딩이코노믹스(3.7%)·로이터(3.9%)·블룸버그(3.8%) 전망치를 모두 하회하며 지난해 11월(3.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농촌을 뺀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에 대한 자본 투자 변화를 보여주는 1∼8월 고정자산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전망치 1.6%와 1~7월 증가율 1.6%를 모두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1∼8월 고정자산 증가율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역대 최저치라고 짚었다.
또한 8월 전국 도시 실업률 평균은 5.3%로 전달(5.2%)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1∼8월 기준 도시 실업률 평균은 5.2%였다. 국가통계국은 전반적으로 8월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었다면서도 "외부 환경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 우리나라 경제 운영이 여전히 많은 위험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 경제지표 부진에는 미국발 관세전쟁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중국 경제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기간 선수요에 따른 수출 효과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하는 등 양호한 성적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지난 8일 발표된 중국의 8월 수출액은 작년 동월 대비 4.4% 증가해 시장 전망치(로이터 5.0%)와 7월 수출 증가율(7.2%)을 모두 하회하는 등 수출 열기가 뚜렷하게 식은 모습이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압박은 더 커졌지만, 중국 증시 과열에 대한 우려로 당국이 실제로 당장 부양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즈웨이 핀포인트 자산운용 사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연간 경제 성장률 목표인 5% 달성이 어려워지지 않는 한 대규모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10월에 3분기 GDP가 발표된 후 정책을 세부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14일(현지시간)부터 17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제4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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