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4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양강 후보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지난해 총재 선거를 반면교사로 보수색을 강화하고 토론 준비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16일 각의(국무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당이 단단하게 뭉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가 이번에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고물가를 포함해 국민이 불안을 느끼는 문제와 마주하고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에게 자신의 선거대책본부장에 취임해 줄 것을 요청해 승낙을 얻었다며 “매우 든든하다”고 밝혔다. 가토 재무상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함께 경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은 가토 재무상이 보수계 의원 모임인 ‘창생일본’ 회원으로, 아베 신조 내각과 스가 요시히데 내각에서 각료로 활동하는 등 보수색이 강한 중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산케이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가토 재무상 기용으로 보수 노선 계승 자세를 드러내려 한다”며 “공약에서도 보수색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총재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건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 도입 법안 제출과 관련해 “자민당이 처한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큰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우선 당내가 단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는 부부가 다른 성(姓)을 쓰는 것을 선택을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지만 자민당 보수층에선 도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이번 선거전에서는 보수층 표심을 얻기 위해 진보적 색채를 후퇴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는 사전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총리와 함께 지지율 1위를 놓고 경쟁하던 고이즈미가 토론전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당원·당우표에서 다카이치와 이시바 양 후보에게 밀리면서 본선 투표로 올라가지 못했다”고 짚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데 대해 질문을 받고 “한껏 띄워주는 것은 두드려맞기 전의 전조라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면서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앞서 13일 지역구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모임에 참석해 입후보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이번 주 중 기자회견을 열고 총재 선거에서 내세울 정책 등을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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