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 대방역 인근에 있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가 18일 '대박'을 쳤습니다. 이날 점심에만 햄버거 1200여 개 단체 주문이 몰렸다고 합니다. 개당 5000원씩 계산해도 600만원가량 매출을 단번에 올린 겁니다. 통상 일주일 평균 매출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 가게가 대박난 건 금융감독원 때문입니다. 금감원 직원 1200여 명은 정부의 금융소비자원 분리계획에 반발해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시위를 열었습니다. 시위 참여 직원들을 위해 금감원 노조가 이 가게에 대량 주문을 한 겁니다.
이날 시위 참가자 수는 금감원 전체 직원 중 절반이 넘었습니다. 금감원 직원들이 얼마나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불만이 큰지 이 숫자가 말해줍시다. 전의(戰意)를 다지기 위해서일까요. 이날 금감원 업무시간을 알리는 오전 9시 내부 방송에서는 악동뮤지션 노래 ‘전쟁터’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번 시위는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 이후 금감원의 첫 장외 집회입니다. 금감원 직원들이 옥외집회에 나선 건 2008년 당시 금융감독기구 개정 반대 집회 이후 17년 만입니다. 이들은 앞서 금감원 정문에는 금소원 분리 계획에 항의하는 의미로 기수별 근조기와 직원 명패를 며칠 전부터 배치했고, 검은 옷을 입고 출근하는 등 조직적 반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내부에서는 검은 옷을 입지 않으면 다른 직원들 눈치가 보일 정도라고 합니다.
사실 이번 조직개편에 대한 금감원 직원들의 불만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금감원은 업무 강도 대비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 때문에 인재 유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은행 등 다른 금융사 비해 급여도 낮은 수준입니다. 그렇다 보니 최근 저연차 직원들의 퇴사가 늘어나면서 내부 안정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입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에서는 입사 3년 미만 직원 18명이 회사를 떠났는데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수치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번 조직개편이 시행되면 더 많은 젊은 직원들이 퇴사할 것이란 위기감이 크다고 합니다.
금감원 직원들의 집단 반발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내부적으로도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출범 1년도 안된 새 정부의 첫 조직개편을 금감원 홀로 무산시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집회는 단순히 항의 차원을 넘어 조직 내부 분위기와 갈등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조직개편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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