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일부 상장사들의 회피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슈프리마에이치큐도 그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대표의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있는 재단에 자사주를 무상 출연하면서 금융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10일) 슈프리마에이치큐에 세번째 정정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16일 슈프리마에이치큐가 공시한 자기주식처분결정을 정정하라는 조치로, 지난달 19일과 22일에도 정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사유는 모두 '투자판단과 관련된 주요 정보 누락 혹은 허위 기재'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지난달 16일 35억원 규모의 자사주 52만3591주(지분율 4.99%)를 숨마문화재단에 무상 출연하겠다고 공시하고, 첫번째 정정명령 다음날인 20일 정정보고서 제출과 함께 무상출연을 마쳤다. 사실상 금융당국의 정정명령을 무시하고 무상출연 계획을 강행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지점은 슈프리마에이치큐와 숨마문화재단의 관계, 숨마문화재단의 성격, 무상출연의 목적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숨마문화재단은 무상출연이 이뤄지기 하루 전인 지난달 19일 설립등기가 완료된 신생재단으로 재단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숨마문화재단의 이사 중 한 명이 슈프리마에이치큐 대표의 부인이라는 점도 문제로 불거졌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지난달 20일 정정공시를 통해 "이사 5인 중 1인이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4인은 문화계의 전문가 및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인원으로 구성된 제3자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슈프리마에이치큐가 지난해 부인이 대표로 있는 계열사에 지분을 넘겼던 일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유한회사인 벵가디아에 자사주 61만1602주를, 신동목 슈프리마에이치큐 전 부사장에게 4만5871주를 장외에서 매각했다. 당시에는 유상거래였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으나 이 역시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시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IB업계에서는 "규제를 회피하려는 '꼼수'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자사주 지분을 우호 세력에게 넘김으로써 백기사로 활용하거나 '배당 잔치'를 벌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견조한 실적을 올리며 이익 잉여금을 쌓아왔음에도 한 번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향후 배당을 실시한다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거액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슈프리마에이치큐의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출은 173억원, 204억원, 20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억원, -27억원, 25억원을, 당기순이익은 137억원, 375억원, 152억원을 기록했다. 슈프리마에이치큐의 이익잉여금은 2024년 말 기준 1989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기준 2093억원으로 늘었다.
현재 이재원 슈프리마에이치큐 대표 등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은 48.90%(이재원 31.58%·신동목 8.49%·벵가디아 5.84%·송봉섭 1.43%·이지수 0.95%·이성직 0.61%), 무상출연 이후 자기주식 비중은 1.36%다. 소액주주 등 공시제외주주 비중은 47.95%다.
법조계는 상법개정이 아니어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서준범 법무법인 번화 대표변호사는 "자사주 무상 출연의 경우 상법 제398조 이사회 자기 결의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사 본인을 제외하고 이사총수 3분의 2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고, 결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무상으로 자사주를 출연하는 행위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상법개정 이전에도 경영진의 위법행위로 회사가 손해를 입을 때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대표이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 사례를 엄중 감독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의 정정명령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중요 사항의 기재 누락, 거짓 기재, 불분명한 내용으로 투자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경우 내려지며 횟수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가능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