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전두환 컬렉션 100% 낙찰과 2014 미술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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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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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ㆍ미술평론가)

 

김윤섭 미술평론가

2013년 미술계의 양대 핫 이슈는 ‘전두환컬렉션 관련경매 100% 낙찰’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을 들 수 있다. 우선 위축된 미술시장 경기를 감안할 때, 미술품 경매 ‘100% 낙찰’ 소식은 초유의 사건이자 경이로운 이벤트였다. 미술계는 투명하지 못한 거래시스템 때문에 불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2007년 전후의 열기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며 샴페인을 미리 터트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100% 낙찰 이벤트’ 후엔 전두환 전 대통령 측근들이 참가해 구입한 후 그쪽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 아닌가, 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물론 신빙성이 약한 가십일 뿐이다. 그만큼 ‘전두환컬렉션’에 대한 국민의 큰 관심이 반영된 것이다.

 미술품의 속성상 ‘누구나 잘 아는 인기작품을 자신만 소장할 수 있다’는 희소성의 매력이 가치평가를 좌우 지난 19일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중국 현대미술 대표 화가 펑정지에 초대전이 개막했다. 이날 개막식장에는 국내미술애호가뿐만 아니라 펑정지에 중국 친구 70여명이 전세기를 타고 날아와 객석을 가득메워 눈길을 끌었다. 마치 집들이나 결혼식같은 ‘잔칫날’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렇다면 미술경기가 다시 되살아난 것일까? 지난 26일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가 올 한 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을 결산한 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경매시장 총 거래액은 작년보다 170억원이 줄어든 7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8개 경매사가 치른 77건의 경매 결과이다. 평균 낙찰률은 63.4%였다는 점을 보면, 이달에 ‘전컬렉션’이 보여준 2회 연속 100% 낙찰률의 진기록이 무색할 지경이다.

더구나 이번 연도 국내 경매사의 가장 높은 낙찰가격 10순위에 유일하게 포함된 한국 근현대 미술가의 작품은 ‘전컬렉션 특별경매’에 나온 이대원 화백의 <농원>이었다. 말 그대로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의 결과는 국내 미술시장 경기의 반영이 아니라, 일시적인 특별 이벤트였던 셈이다.

그래도 일련의 특이 현상은 2014년 미술시장을 전망하는 단초가 될 수 있겠다. 국내 미술시장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전두환 일가 소장품 경매’처럼 합당한 대의명분과 이슈만 뒷받침 된다면 얼마든지 잠재고객은 건재함을 보여줬다. 이 같은 잠재 수요층을 어떻게 공공의 장으로 이끌어내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인지가 숙원과제이다.

우리 미술계가 진일보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미술계의 전면적인 화합이다. 지난 11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은 대통령까지 개관식에 참여했을 정도로 국가적 차원의 큰 경사였다.

하지만 개관식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미술계의 염원이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개관 기념전에 특정 학교 출신의 편향적인 작가구성이 문제였다. 급기야 미술관장 퇴진운동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미술계의 화합을 저해하는 단골소재 중 으뜸은 학연과 지연이다. 그중에서 학연은 시대발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구태 악습이다. 국가 간 울타리마저 사라진 글로벌 패밀리 시대에 옹색한 처세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지금 이런 국제화 시대의 한복판에 서있다. 무한경쟁 시대의 생존력은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달렸다. 그 새로운 대안으로 문화경쟁력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14년은 한국의 미술시장이 국제무대에서 자생력을 갖는 원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미술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과 응원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미술관을 표방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시대 개막을 시작으로 정부의 지속가능하고 현실적인 미술시장 지원 육성책과 급변하는 국제적 시류에 걸맞은 홍보력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말의 해 2014년 청마의 기운처럼, 미술시장의 힘찬 도약이 곧 우리나라 문화융성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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