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업계 일촉즉발 …​ 건보공단 소송 준비에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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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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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 기자 = 담배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가 최근 담배회사를 상대로 천문학적인 금액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소송이 진행되면 소송가액만 20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소송 진행 및 승소 가능성에 대해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공단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소송 진행 관련 여론을 수렴하는 등 구체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수치를 앞세워 흡연 피해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계획도 세우고 있어, 이번 소송 결과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의료비 반환청구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글로벌 차원에서도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또 재정 위기를 소송으로 메우려한다는 지적도 높다.

 

건보공단 공공기관 최초 담배소송 검토

건보공단은 지난 827일 열린 '건강보장정책세미나'에서 19년간의 검진·진료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담배의 건강피해를 입증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진료비 피해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담배소송 추진 의지가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소송을 포함해 모든 방법을 검토중이다. 소송이 유일무이하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소송의 여지를 내비쳤다.

건보공단이 담배소송을 제기할 경우, 내세우는 법적 근거는 국민건강보험법의 구상권 청구 규정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는 제3자의 행위 탓에 건강보험 진료비가 쓰였다면 공단이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고 돼 있다.

공단은 가입자를 대신해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논리적인 근거로 건강보험 가입자의 건강 피해 증거자료를 내세울 전망이다. 흡연이 각종 암의 위험을 37배 높인다는 사실을 국민의 방대한 진료기록을 토대로 입증한 분석 자료다.

건보공단은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19921995년 일반검진을 받은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피부양자(30세 이상) 130만 명의 질병정보를 2011년 말까지 최대 19년 동안 추적 분석했다. 공단은 흡연에 따른 2011년 기준 건보 진료비 지출이 16914억 원으로 전체 건보 진료비(46조 원)3.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소송가액의 척도가 되는 금액이다.

 

담배업계 "소송 근거 신뢰할 수 없다"

공단이 흡연과 암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구체적인 자료까지 들고 나왔으나 막상 소송에 착수했을 때 담배회사의 과실과 책임을 입증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지배적이다.

과거 개인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흡연과 질병 사이의 개별적인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았고 담배에 결함도 인정되지 않아 담배회사에 책임이 없다는 판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공단의 구상권 행사 역시 담배회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입증이 전제돼야 하는데 담배의 제조와 판매가 법에 의해 허용된 현 상황에서 담배 제조사에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따라서 건강보험공단이 이를 입증해 승소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담배업계는 공단이 소송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빅데이터는 공무원 및 교직원 등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로서 전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으로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 자체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 위기 책임 떠넘기기 논란

소송 진행이 공단의 '재정위기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담뱃값에 세금으로 부과되고 있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흡연 관련 질병 치료비로 사용할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담배 한 갑당 354원이 부과돼 국내 단일 부담금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징수액만 한 해 15485억 원(2010년 기준)에 이를 정도지만 사용처는 대부분 흡연과 관계가 없이 단순 건강보험재정 지원금으로 충당(2010년 기준 1630억원)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공단에서 담배 회사에 지급 책임을 돌린 흡연 관련 질병 진료비가 16914억 원(2011년 기준)으로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담배에 우리나라와 같이 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단의 이번 소송 계획은 건강보험재정 위기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의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담배업계 패소하면 담뱃값 인상 불가피"

담배값 인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만약, 공단이 승소해 담배회사가 흡연 관련 질병 치료비를 지급하게 된다면 담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피해는 흡연자가 고스란히 물려 받게 돼 흡연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재정적으로 어려워진 담배회사들이 담배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져 실질적으로 흡연자의 부담만 가중시킬 있기 때문이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급하게 되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으로 손해를 만회할 수밖에 없다"며 "소송이 이뤄지게 되면 대규모 담배값 인상이 불가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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