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 위에 20억원을 들여 조성한 세계음식문화관이 개장 8개월 만에 사실상 운영 중단 수순에 들어가면서 울산교 활용방안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전체 7개 점포 가운데 세계음식점 6곳이 영업을 종료하거나 종료를 준비하고 있고, 남아 있는 카페 역시 계약이 끝나는 내년 3월 이후 운영 여부가 불투명하다.
울산시는 당장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연말까지 시민과 관련 단체 등의 활용 아이디어를 받은 뒤 존치와 재활용, 철거 등을 포함한 최종 방향을 내년 2월 말까지 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상욱 울산시장도 최근 현장을 찾아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되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철거까지 포함해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음식문화관의 운영 중단은 개별 음식점의 영업 부진 문제를 넘어 울산교라는 공간의 활용방식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과제로 이어지고 있다. 울산교에서는 앞서 '배달의 다리' 사업이 추진됐고, 이후 세계음식문화관이 들어섰지만 두 사업 모두 장기간 정착하지 못했다.
세계음식문화관 운영 과정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것은 예상 수요와 실제 이용객의 차이다.
사업계획 단계에서는 하루 2000명 이상의 방문객을 예상했지만 실제 이용객은 하루 100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 가격과 접근성, 주차와 화장실 등 편의시설 부족도 운영 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울산교는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보행교여서 이용객이 인근 주차장에서 걸어서 접근해야 하고, 교량 위에는 별도의 화장실도 없다.
여름철에는 교량 구조 특성상 폭염에 직접 노출되면서 이용객과 입점업체 모두 불편을 겪었다. 식자재 반입과 물류에서도 일반 상가와 다른 제약이 뒤따랐다.
개장 당시 일부 메뉴 가격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가 적용됐지만 세계음식이라는 특성상 주변 상권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음식 콘텐츠 자체뿐 아니라 상설 음식점이 운영되기에 울산교의 입지와 편의시설이 적절했는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울산교를 관광·문화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세계음식문화관이 처음은 아니다.
울산시는 지난 2019년 울산교에 노천카페와 버스킹 공간, 포토존 등을 조성한 '배달의 다리'를 추진했다. 주변 음식점에서 음식을 배달받아 태화강의 야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원도심과 태화강 국가정원을 연결하는 관광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관련 시설은 이후 울산교 보행환경 개선 과정에서 철거됐다.
세계음식문화관은 그 뒤를 이은 또 다른 활용사업이었다.
외국인 주민과 시민이 각국의 음식을 통해 교류하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말 시설을 완공한 뒤 올해 3월 문을 열었다.
두 사업은 추진 배경과 운영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배달의 다리는 코로나19라는 외부 변수가 컸고, 세계음식문화관은 상설 음식점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다만 같은 울산교에 새로운 콘텐츠를 설치해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향후 활용방안을 마련할 때 기존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함께 분석할 필요성이 커졌다.
세계음식문화관의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데는 비용 문제도 변수다.
시설 조성에는 약 20억원이 투입됐다. 이를 철거할 경우 기존 투자비와 별도로 철거비용이 필요하고, 시설을 유지할 경우에도 청소와 전기, 시설관리 등 지속적인 운영비가 발생한다.
울산시설공단 측에서는 청소 인건비와 관리비, 전기료 등에 연간 약 3억70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보수비까지 더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판단에서는 이미 투입된 사업비뿐 아니라 시설을 유지하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할 경우 추가로 들어갈 비용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울산교 자체의 시설 여건도 고려 대상이다. 노후 교량인 만큼 대규모 구조물을 추가하거나 하중을 늘리는 방식의 활용에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
현재 공연과 전시, 플리마켓, 시민·동호회 활동공간, 어린이·도서 관련 공간 등 여러 활용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도입할 경우 주변 성남동 상권과 태화강 국가정원 등 기존 관광·상업시설과의 연계 여부도 향후 활용방안의 주요 변수다.
세계음식문화관에서 예상 이용객과 실제 방문객 사이의 큰 차이가 확인된 만큼 새로운 활용사업에서는 수요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울산시는 연말까지 시민과 문화예술단체 등을 대상으로 세계음식문화관 시설 활용방안을 수렴할 계획이다.
단순한 아이디어 제안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공간을 운영하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단체와 기관의 의견도 함께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김상욱 시장은 현장 점검에서 당장 철거를 결정하기보다는 기존 시설을 활용할 방안을 먼저 찾아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실질적인 활용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유지비 부담까지 고려해 철거를 포함한 대안을 검토한다는 것이 울산시의 방향이다.
울산시가 검토해야 할 선택지는 크게 기존 시설을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도입, 상설시설의 기능을 축소한 시민공간 활용, 시설 철거 후 보행·휴식공간 회복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사업비와 예상 이용객, 연간 운영비, 관리 주체를 사전에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콘텐츠를 도입할 경우에는 주변 성남동 상권과 태화강 국가정원 등 기존 관광·상업시설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세계음식문화관 운영 중단으로 울산교 활용은 다시 전환점을 맞았다.
울산시는 내년 2월 말까지 존치와 재활용, 철거를 포함한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세계음식문화관 시설의 처리뿐 아니라 반복돼 온 울산교 활용사업의 운영방식과 수요예측, 유지관리 구조를 다시 정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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