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품목별 성적표는 엇갈렸다.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에 힘입어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선박과 생활용품은 뒷걸음질 쳤다. 자동차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내연기관차와 중고차는 부진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수출액이 크게 늘었음에도 실제 물량은 감소해 업종별 회복 양상에 차이를 보였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6년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1152억76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3.7% 증가했다. 20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18개 품목이 증가세를 보였으며 선박(-43.6%)과 생활용품(-13.4%)만 감소했다.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단연 반도체다.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564억38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59.4% 증가했다. 전체 수출액(1152억7600만 달러) 중 절반가량(48.9%)은 반도체에서 나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늘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컴퓨터 수출 증가율은 반도체를 웃돌았다. 지난달 컴퓨터 수출액은 58억53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배(496.6%) 급증했다. 특히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출액이 8억2000만 달러에서 56억4000만 달러로 584.3% 늘었다.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반도체뿐 아니라 저장장치 수요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10월 자동차 수출액은 65억49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1% 늘어나 역대 10월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추석 연휴가 올해는 9월로 이동하면서 조업일수가 20일에서 22일로 늘어난 데다 친환경차 수요가 증가했다.
다만 차종별로는 차이가 뚜렷했다. 하이브리드차 수출액은 20억6000만 달러로 53.1%, 전기차는 10억4000만 달러로 41.6% 증가했다. 반면 내연기관차는 34억5000만 달러로 0.4% 감소했고, 중고차는 중동 전쟁 여파 등으로 52.2% 급감했다. 자동차부품 수출은 완성차 생산 확대에 힘입어 15.0% 증가한 17억3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선박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지난달 수출액은 26억44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3.6% 줄었다. 지난해 10월 24억7000만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1기가 수출된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생활용품 수출도 7억4700만 달러로 13.4% 감소했다. 8월(-4.1%)과 9월(-5.1%)에 이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주요 품목의 전반적인 성장 흐름에서 벗어났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수출액과 물량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69억1900만 달러로 80.0% 급증했고, 석유화학도 40억200만 달러로 27.5% 늘었다. 그러나 실제 수출물량은 각각 7.5%, 6.8% 감소했다. 중동 지역의 공급 불확실성으로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출단가가 각각 94.5%, 36.9% 상승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신기록이 이어지고 있지만 업종별로는 수요와 가격, 물량 흐름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전체 수출 지표의 개선이 산업 전반의 경기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업종별 상황을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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