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는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야외무대에서 출발해 동작대교 남단과 반포천교를 지나 한강나들길에서 반환한 뒤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약 5㎞ 코스로 진행됐다. 내국인 2500명과 외국인 500명 등 총 3000명이 참가해 가족, 친구, 지인들과 함께 한강변을 걸으며 각자의 속도로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행사가 열린 반포한강공원 일대는 고속터미널과 세빛섬을 잇는 '고터·세빛 관광특구'와 맞닿아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특히 2022년부터 잠수교에서는 매년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열려 누적 방문객 647만여명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2027년 하반기 잠수교 전면 보행화를 추진하는 등 한강을 걷고 즐기는 공간으로의 변화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일본과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비롯해 미국, 멕시코,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기록이나 순위를 겨루지 않는 비경쟁 방식으로 진행된 만큼, 참가자들은 국적과 세대를 넘어 한데 어울리며 대회를 즐겼다.
한국에 온 지 4년 된 중국인 유학생 사오유(20대)씨도 친구 2명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사오유씨는 “중국 앱인 샤오홍슈에서 대회 홍보 포스터를 보고 친구들과 함께 참가하게 됐다”며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해 이번 걷기대회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홀로 걷기대회를 찾은 외국인도 있었다. 2년 전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으로 온 에밀리(35)씨는 “평소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 이번 대회에 신청하게 됐다”며 “기념품으로 받은 바람막이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오늘처럼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입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동호회 회원인 이모(61·여)씨도 부천에서 대회에 참가했다. 3년 전부터 걷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이씨는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데다 페이스페인팅 등 부대행사까지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기록이나 순위를 따지는 대회가 아니라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어 좋다"며 "회원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완주하는 것이 오늘의 목표"라고 말했다.
네이버 밴드에서 걷기 모임 '걷자9'를 운영하는 이웅진(58·남)씨도 회원 52명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약 2200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모임으로, 회원 한 명이 대회를 추천하면서 단체 참가가 이뤄졌다. 지난해 첫 대회에 참여했던 회원들도 다시 함께했다. 이씨는 "남산과 한강, 청계천, 인왕산 등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걷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며 "혼자 걸으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여럿이 걸으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가을 햇살도 따뜻해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이희규(30대·남)씨도 아내와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좋은 날씨에 즐길 만한 가을 행사를 찾다가 온라인에서 대회를 알게 됐다는 이씨는 "평소에는 혼자 걷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아내와 나란히 걸으며 색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인천에서 이른 아침 출발한 유향(42·여)씨도 대회 참가자다. 주말에도 일하는 남편 대신 아이들과 함께할 만한 활동을 찾던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회를 알게 됐다. 유씨는 "무료로 참여할 수 있고 코스도 5㎞ 정도라 아이들과 걷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과 함께 한강에 와서 걸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파주에서 오전 6시께 출발한 노연화(44·여)씨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5㎞ 코스를 완주했다. 노씨는 "아이가 처음으로 이렇게 오래 걸어보는 만큼 함께 걸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완주 지점에 도착한 아들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기쁨을 표현했지만, 소감을 묻자 "힘들었어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등학교 동창인 김희주·이가현·이서인(25·여)씨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대회에 참가했다. 평소 걷기를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는 김희주씨는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걸었던 추억이 좋아 다시 나오게 됐다. 이가현씨는 "주말 아침 일찍 행사에 참여하니 하루를 더 길고 알차게 보내는 기분"이라며 "한강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함께 걸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평소 걷기와 달리기를 즐기며 관련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순희(30대·여)씨는 각종 걷기와 달리기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기념 배지를 모으는 것을 즐긴다.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있으면 최대한 참가하며 하나씩 도전 과제를 완수하는 기분을 느낀다는 그는 "내년에도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차영미(59·여)씨는 친구 두 명과 함께 한강을 찾았다. 평소 혼자 걷는 일이 많지만 이날은 친구들과 함께 걸으며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 차씨는 "혼자 걷는 것도 좋지만 친구들과 함께 걸으면 서로 힘도 되고 시너지가 날 것 같았다"며 "한강을 바라보며 함께 걸으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전군의 어머니 박세리(40·여)씨는 "요즘 아이들이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가족이 함께 걸을 기회가 있어 좋았다"며 "다음에는 아들 친구들도 데려와 좋은 추억을 쌓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장 주변에서는 참가자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행사도 진행됐다. 단백질 음료 시음 프로그램을 통해 걷기로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하고, 페이스페인팅 체험을 즐기며 대회에서의 순간을 특별한 추억으로 남겼다. 참가자들은 한강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거나 가족·친구들과 체험행사에 참여하며 걷기대회의 여운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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