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성의 현실중국] 장유샤와 헝다, 집권 14년차 시진핑의 새로운 당 개혁

  • 최측근 군부 실세도 부패 혐의로 낙마

  • 14년 반부패에도 뿌리 뽑히지 않은 부패

  • 중앙의 부동산 정책, 지방정부는 미이행

  • 시진핑, 공산당 조직·감독 체계 전면 정비

실각한 장유샤 전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사진AP연합
실각한 장유샤 전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사진=AP·연합]

집권 14년차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로운 당 개혁에 나섰다. 지난달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뤄진 것은 경제나 산업정책이 아니라 전면적이고 엄격한 당 관리, 이른바 종엄치당(從嚴治黨)이었다. 5중전회는 '전면적 종엄치당 추진에 관한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심의·통과시켰다. 시 주석은 직접 문건 작성팀 조장(팀장)을 맡아 약 1년에 걸쳐 관련 작업을 주도했고, 5중전회에서 당 중앙위원회의 공식 추인을 받아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시 주석이 집권 이후 14년 동안 추진해온 반부패 운동에도 불구하고 부패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장유샤(張又俠)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실각은 시 주석에게 상당한 정치적 충격을 안겼을 것으로 보인다. 장 전 부주석은 시 주석과 집안 대대로 인연을 맺은 군부의 핵심 인사로, 오랫동안 시 주석의 신뢰를 받는 최측근으로 꼽혔다. 그런 인물마저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는 사실은 최고지도자의 인사와 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던졌을 것이다.

장 전 부주석의 구체적인 부패 혐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가 어떤 방식으로 부패에 연루됐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중국 당국이 최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는 신형·은닉형 부패와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화통신과 중국 관영 매체들은 최근 신형 부패의 대표적인 형태로 그림자 회사, 복잡한 금융거래를 이용한 이익 이전, 퇴직 후 과거 직무상 영향력을 활용하는 '퇴직 후 민간기업 회전문' 등을 소개했다. 가족이나 지인을 내세워 지분을 보유하거나, 투자와 대출처럼 보이는 거래를 통해 뇌물을 주고받는 방식도 여기에 포함된다. 과거처럼 현금을 직접 주고받는 부패와 달리 합법적인 경제활동의 외형을 띠기 때문에 적발 난이도가 높다.

시 주석에게 헝다(恒大) 사태 역시 뼈아픈 사례였을 것이다. 중앙정부는 2016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주택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제시하며 부동산 투기 억제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에도 헝다를 비롯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공격적인 확장은 계속됐다. 중앙의 정책기조와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지방정부는 토지 매각과 개발을 매개로 부동산 개발업체들과 이해관계를 공유했다. 중앙이 투기 억제를 강조해도 지방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다. 헝다는 고레버리지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몸집을 불렸고, 결국 막대한 부채와 미완공 주택, 협력업체 대금 미지급 등을 남기며 위기의 상징이 됐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중국 173개 도시의 10만여 건 토지 거래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수요가 위축된 2020~2022년에도 지방정부 융자플랫폼의 토지 매입은 2019년보다 늘었다.

부패한 고위 간부, 중앙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지방정부. 시 주석이 새 당 개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당의 통제력이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부패 사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과 이를 감시하는 조직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종엄치당 문건은 이런 문제의식 아래 추진된 것으로 분석된다. 탕팡위(唐方裕)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주석이 문건 작성팀 조장을 맡아 직접 구상하고 전 과정을 지도했으며, 방향과 내용을 점검하는 등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31일 문건의 주요 의제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지시했고, 16개 기관에 23개 핵심 프로젝트 연구과제를 맡겼다. 지난 8월 3일에는 결정 초안을 당내외에 배포해 의견을 수렴했으며, 모두 1173건의 수정 의견을 받아 이 가운데 208건을 반영했다. 시 주석은 의견 수렴 간담회 2차례를 주재하고,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 3차례와 정치국 회의 2차례에서 문건을 검토했다. 그리고 5중전회의 추인을 받았다. 이번 종엄치당 결정에 부여된 정치적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 변화는 여러 분야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위 간부의 인사 검증과 정치적 충성도 심사가 강화되고, 그림자 회사와 차명 지분, 퇴직 후 이익 추구 등 신형 부패에 대한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에 대한 감독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의 정책 지시가 지방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책을 임의로 변형하는 간부에게 책임을 묻는 체계도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당 조직의 기층 침투와 당원 교육, 기율 관리 역시 강화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반부패를 자신의 핵심 통치 수단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장유샤의 실각과 헝다 사태가 보여주듯 부패와 정책 집행의 실패는 사라지지 않았다. 집권 15년 차에 다시 당 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그만큼 기존 통치 방식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시진핑의 새로운 당 개혁은 부패 척결을 넘어 당과 국가를 움직이는 권력 시스템을 다시 조이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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