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트럼프 압박에 러 정유시설 공격 잠정 중단…공식 발표는 없어"

  • 美 중간선거 이후까지 공격 자제 전망…유럽 동맹국도 중단 권고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의 석유 터미널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의 석유 터미널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한 장거리 드론 공격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주 초부터 시작됐으며, 다음 달 3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까지 이어지거나 11월 중순 이후로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자 2명은 지난 10월 중순 장거리 공격 부대들이 이미 진행 중인 작전을 마무리한 뒤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예브게니 흐마라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민감한 외교 상황을 고려해 정유시설 공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군의 판단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격 중단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7일 기자들에게 "우리 장병들이 최근 며칠 동안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하려 했다"면서도 "정유시설을 공격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 중단의 배경에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안정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제 연료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지목하며 중단을 요구해 왔다.

미국 당국자 2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 2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재차 요구했다. 쿠슈너 특사는 우크라이나가 30일간 공격을 중단하는 것이 미국의 종전 중재 노력에 대한 감사의 표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의 유럽 동맹국들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공격 자제를 권고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석유시설을 마지막으로 공격한 것은 지난 20일 탐보프 지역의 드루즈바 송유관 펌프 시설을 타격한 때다.

미국의 압박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통신망인 스타링크 이용이 제한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지난 14일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스타링크 서비스에 속도 제한을 적용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군의 군수시설을 겨냥한 드론 작전과 일부 방공망 운용에 차질이 발생했다.

스타링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에게 서비스 복구를 요청한 뒤인 24일 정상화됐다. 미국 당국자들은 스타링크 복구와 정유시설 공격 중단이 연계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일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미국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발전소 등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멈추는 '에너지 휴전'을 요구해 왔다.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추가 지원과 러시아 영토 내 스타링크 사용 허용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협상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정유시설 공격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 자금원인 석유 수입을 줄이려 했던 만큼 공격 중단이 장기화하면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는 현재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시설과 주요 도시에 대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WSJ은 이번 사태로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 내부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더욱 약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의 한 부대에서는 최근 장병들이 미국 국기와 관련 표식을 제거하기로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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