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빵 소비가 정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식품업계가 건강빵과 팬덤 협업 상품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밀가루·탄수화물 섭취를 조절하는 소비자를 저당·고단백 제품으로 붙잡고, 굿즈 수집과 팬덤을 겨냥한 상품으로 새로운 구매 수요를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6 가공식품 현황 조사 보고서 양산빵 편'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 대상 빵류 소매 매출액은 9816억원으로 전년보다 3.4% 감소했다. 2022년 8968억원에서 2023년 1조161억원으로 커진 뒤 2024년 1조164억원으로 정체했고, 지난해에는 1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소비자 조사에서는 건강 관리와 가격 부담이 구매를 줄이는 주요 이유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올해 8월 최근 6개월 내 양산빵 구매 경험이 있는 만 14~59세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 전년보다 구매량을 줄였다는 응답은 11.4%였다. 이들이 꼽은 감소 이유는 '밀가루·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중'이 19.3%로 가장 높았다. '가격이 비싸다'가 17.5%, '맛이 좋지 않다'가 14.0%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성분을 차별화한 ‘건강빵’은 오히려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표 유통 품목인 식빵 시장의 변화가 단적인 예다. 지난해 식빵 소매 매출액은 1000억원으로 2023년 1045억원 이후 2년 연속 감소했지만, 식빵 매출 내 통밀·곡물식빵 비중은 2021년 13.2%에서 지난해 22.5%로 9.3%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반식빵 비중이 27.4%에서 19.6%로 쪼그라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도 영양 구성을 대폭 다변화하며 건강빵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SPC삼립은 건강빵 브랜드 '프로젝트H'를 통해 고단백·저당 빵 7종에 이어 식사빵과 디저트 4종을 선보였으며 제로 티라미수와 제로 마들렌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GS25 역시 '성수 저당 베이글' 라인업을 확대하고, 널담 브랜드의 고단백·저당 베이글과 쿠키, 통밀 식빵 등을 공격적으로 들여오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소비자의 '팬덤과 취향'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핵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빵을 먹는 목적이 굿즈 소장과 문화 경험으로 확장되면서 팬덤 협업 상품이 양산빵 매출 전체의 견인차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식빵을 제외한 '빵'의 편의점 매출 비중은 50.2%로 2021년보다 7.2%포인트 뛰었다.
실제로 GS25가 민음사와 협업해 선보인 '민음사빵' 4종은 책표지 디자인의 투명 책갈피 수집·교환 열풍에 힘입어 출시 한 달 만에 141만개 넘게 팔리며 GS25 전체 빵류 매출 1~4위를 싹쓸이했다. CU가 걸그룹 리센느와 협업한 '원이의 옥수수 크림빵'은 출시 나흘 만에 약 10만개, 세븐일레븐의 롯데자이언츠·KIA 타이거즈 협업빵은 누적 300만개가 판매되는 등 흥행을 주도했다.
다만 이러한 특화 상품들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양산빵 시장의 지속 가능한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맛과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에서 캐릭터빵 주 구매자 166명 중 취식 경험에 만족한 비율은 81.3%로 높았는데, 만족 이유로 '맛이 좋다'(50.4%)를 꼽은 응답이 '띠부씰이 좋다'(19.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양산빵이 소비자의 고급화된 입맛을 맞추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캐릭터나 굿즈 때문에 구매할 수는 있지만, 결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맛과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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