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혼자 못 춰"…유럽 우방 연쇄 실권에 속타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위에 뜬 보름달 사진연합뉴스타스
모스크바 크렘린궁 위에 뜬 보름달 [사진=연합뉴스/타스]

유럽 내 친러시아 성향 지도자들이 잇따라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러시아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가 실권한 지 6개월 만에, 세르비아에서는 알렉산다르 부치치가 학생 주도 야권에 패했다.

로이터 통신은 26일(현지시간) 부치치의 패배로 러시아에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4년부터 총리와 대통령을 지낸 부치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인물이다.

세르비아는 유럽 내 러시아의 핵심 협력국이었다. 세르비아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에서 대량의 가스를 구매해 왔으며,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EU의 대러시아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부치치 집권기 양국의 경제·정치·군사적 협력 관계는 더욱 견고해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와의 협력이 세르비아에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새 정치 세력이 이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역시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알다시피 탱고는 혼자 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장 세르비아의 대러 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지는 미지수다. 선거에서 승리한 '학생명부'는 선거 전 대러 제재 불참과 군사적 중립 유지를 공약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생명부'는 2024년 노비사드 기차역 붕괴 참사 이후 2년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를 이끌어온 대학생과 시민사회가 결성한 독자적 선거 연합이다. 기성 정당 대신 대학교수와 문화예술인 등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전문가들로 후보를 꾸려 출사표를 던졌으며, 이번 총선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12년간 이어진 부치치 장기 집권 체제를 무너뜨렸다.

학생명부 관계자인 요보 바키치 역시 26일 러시아 RT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강대국이자 역사적으로 중요한 협력 상대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르비아의 외교 노선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집권 후 기존 입장을 번복할 수 있다는 부치치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치권 안팎에서는 세르비아가 EU 가입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대러 압박 정책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강하게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세르비아 새 정부의 실질적인 외교 노선은 선거 공약이 아니라 새 내각의 첫 공식 결정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현재 EU 회원국 가운데 로베르트 피초 총리가 이끄는 슬로바키아를 우호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의 집권 가능성과 현지 정치 혼란,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방선거 선전 등을 호재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부치치의 퇴장은 기존 핵심 우방과의 동맹 전선을 재점검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러시아 외교 전문지 러시아인글로벌어페어스의 표도르 루키야노프 편집장은 오르반 실권 이후 헝가리가 EU와 밀착한 전례를 언급하며, 세르비아 역시 점차 친EU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러시아로서는 기대할 만한 좋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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