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 前 총장]
'OECD 교육지표 2026'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교급별 교육재정이 기형적으로 분배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중·고생 1인당 공교육비가 대학·대학원생 공교육비보다 많은데, OECD 국가에서 고등교육으로 갈수록 정부의 재정 투자가 증가하는 것과 반대다. 고등교육 공교육비란 학부모가 사교육에 쓴 비용을 제외하고 연구비 등 정부와 공공기관이 부담하는 재원뿐만 아니라 등록금 등 민간이 부담하는 모든 비용을 포함한다. 대학생 공교육비 구성은 정부 부담분(43%)보다 민간 부담분(57%)이 더 커서 학생의 등록금 부담이 크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공교육비 중 정부 부담분의 근거가 되는 2026년 교육부 예산은 106조3607억원(전체 예산의 약 14.6%)이며, 고등교육 예산은 16조169억원(교육부 예산의 약 15.1%)이다. 미국 교육부 전체 예산은 790억 달러(약 115조원), 그중 고등교육 예산은 300억~350억 달러(약 38~44%)이다. 그리고 일본 문부과학성 전체 예산은 약 5조8809억엔(약 53조원), 그중 고등교육 예산은 약 2조엔(약 34%)이다. 한·미·일 3국의 교육부 예산 총액 중 고등교육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미국과 일본은 30% 중후반대인데 비해 한국은 15% 중반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공교육비의 민간 부담분에서 등록금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부가 2009년부터 18년 동안 유지해 온 대학 등록금 규제 정책으로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해 왔다. 이로 인해 대학 재정이 사실상 빈사 상태에 도달하자 작년부터 4년제 대학 71%가 “국가장학금 지원을 안 받아도 된다”며 등록금을 인상했으며 작년 12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등록금 규제 정책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려 하자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2027년부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대학 등록금을 장기간 동결하여 대학 재정이 빈사 상태에 빠져 있다. 대학이 교육 시설과 기자재 등 인프라를 개선하지 못해서 대학생이 중·고교 학생보다 못한 실습 환경에서 공부하기도 한다. 또한 민간기업과 급여 격차가 벌어지면서 신규 임용 시 우수한 교수나 첨단 분야 교수 초빙이 난관에 빠져 있으며 현직 교수도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기업의 사외이사나 외부 강연 등 대외 활동을 늘리면서 교육·연구 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거나 국내 기업이나 해외 대학으로 이직하여 교수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OECD가 지난 7월 2일 발표한 '2026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한국 고등교육의 질 하락을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공적 지원 부족과 대학 등록금 인상 제한 제도를 지목하고, 대학 등록금 인상 허용과 초·중·고 중심 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권고했다.
셋째, 우리나라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 부족과 대학 등록금 동결의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6월 18일 발표한 '2026 세계 대학 평가'에서 100위 안에 든 한국 대학은 4개 대학(서울대 38위, 연세대 42위, 고려대 52위, KAIST 65위)이 있으나 톱30 대학은 하나도 없다. 같은 평가에서 2024년과 2025년에는 3개 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이 포함되었는데 2026년에는 KAIST가 추가로 진입한 것이다. 또한 '2027 THE(Times Higher Education) 세계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 KAIST, 성균관대, 연세대가 100위 안에 포함되었다. 다만 QS와 THE 등 세계 주요 대학 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은 글로벌 평판도와 국제화 지표(외국인 교수 및 학생 비율 등)에서 취약점을 보이고 있다.
앞에서 제기한 세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고등교육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고등교육 예산 비율을 따라가려면 우리는 현재 예산보다 두 배 이상 확보해야 한다. 때마침 AI 발달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초과 세수가 발생한 덕택에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여 반도체 AI, 청년, 지방, 교육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므로 이참에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대학 자율화를 대폭 확대하여 등록금 책정 권한과 입시 방안을 대학에 주어야 한다. OECD가 권고한 것처럼 대학 등록금 인상 제한 제도를 폐지하여 대학이 자율적으로 재정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대학 기여입학제도 허용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했다고 본다. 셋째, 세계 대학 평가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는 국제화 역량 강화와 글로벌 공동 연구 확대가 시급하다. 과감한 재정 투자를 통해 해외 유수 연구진과 유학생을 유치하여 교육·연구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
고등교육 경쟁력이 미래의 글로벌 경쟁력이다. 선진국들은 미래 고급 인재, 특히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야 하는 정부가 공교육비 부족 상태를 방치하고 민간 부담인 대학 등록금마저 제한하는 건 국가 경쟁력을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 영어교육과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 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대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6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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