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금융지주 회장 다시 만난 이찬진…또 지배구조, 이번엔 '실행' 주문

  • 연말 70여개 CEO 인사 앞두고 절차 보완 요구

  • BNK·신한 등 승계절차 손질…시금고 과당경쟁도 점검 예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개월 만에 금융지주 회장들과 다시 마주 앉아 또다시 지배구조 개선을 꺼내 들었다. 지난해 첫 회동에서 최고경영자(CEO) 승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큰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번에는 연말 자회사 CEO 인사를 앞두고 실제 선임 절차에서 이를 구현해달라는 '실행 주문'에 방점을 찍었다.

23일 이 원장은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은행연합회장과 8대 은행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해 12월 첫 회동 이후 두 번째 공식 간담회다. 올해 하반기 8개 은행지주그룹에서는 은행장을 포함해 70여개 자회사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CEO의 참호구축은 지양하고 승계절차를 공정하게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왔다"며 올해 하반기를 "그간 우리의 고민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문은 이전보다 구체적이다. CEO 자격요건과 평가 단계별 최소 검증기간 등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지주에는 선임 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상시 후보군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후보 평가에도 임추위원 의견을 반영해 임추위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라고도 했다.

이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나는 빈도 자체가 전임 원장과 비교해 잦지 않다. 다만 취임 후 두 차례 열린 지주회장 간담회에서 모두 지배구조 문제를 주요 의제로 올렸다는 점은 눈에 띈다. 

감독당국의 주문이 구체화되면서 금융지주들도 공개적인 입장 표명에는 신중한 모습이었다. 회동 전후 기자들이 지배구조 개선과 시금고 경쟁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참석한 8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별다른 답변 없이 말을 아꼈다.

법·제도 차원의 전면적인 개편은 아직 진행형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법으로 직접 제한하는 방안 등 강도 높은 규제는 현실화하지 않은 가운데 BNK금융과 신한금융 등은 자회사 임추위의 후보 추천·검증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승계 절차를 손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 CEO 인사는 그간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선의 실효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지자체 금고 유치 경쟁도 새로운 감독 현안으로 부상했다. 금감원의 과당경쟁 우려는 최근 약 15조원 규모 인천시 제1금고를 놓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치열하게 맞붙은 직후 제기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우위에 있는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을 통해 금고를 따내는 모습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경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시중은행의 지방 금고시장 진출을 둘러싼 지방은행의 경쟁 부담과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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