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불안에 농지조사 후속책…관행적 임대차 유예·불법 전용 양성화 추진

  • 농지은행 위탁으로 기존 경작 관계 유지…임대차 특별정비 11월 15일까지 연장

  • 투기·농업진흥지역 중대 훼손은 엄정 대응…특별조치법으로 구제 근거 마련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농가의 강제 처분과 임차농 퇴거 불안을 줄이기 위해 관행적 농지법 위반의 정상화 방안을 구체화했다. 휴경·임대차 위반 농지에는 자진 정비 기회를 먼저 주고, 정비가 어려우면 농지은행에 임대나 관리를 맡겨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대한 훼손에 해당하지 않는 불법 전용 농지도 요건 심사를 거쳐 38년 만에 양성화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당정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전수조사 초기부터 제시한 ‘투기 엄단·일반적 위반 정상화’ 원칙을 유형별 처리 방안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정상화 방침에도 개별 농지가 어떻게 처리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상속·고령농 농지와 관행적 임대차, 휴경, 불법 전용 등에 적용할 정비 경로를 제시했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조사의 취지와 목적 등에 대한 설명과 홍보가 충분하지 않아 현장에서 여러 불안과 우려가 제기됐다”며 “기존 원칙을 구체화한 후속 조치 방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농지 전수조사는 행정정보와 항공사진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마치고 지난 8월부터 조사원이 현장을 확인하는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조사 이후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되면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거나 적법한 방식으로 임대해 위반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자진 정비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 기간에 정비하기 어려운 소유자에게는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하는 경로를 마련한다.

농업인끼리 편의상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한 명의 임차인이 마을 농지를 모아 농사짓는 관행적 임대차도 정상화 대상이다. 투기와 무관한 경우 농지은행을 통한 공식 임대차로 전환하면서 기존 실경작자의 영농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윤 정책관은 농지은행 위탁 이후 임차인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기존 임대차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농지은행을 통해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임대차 관계로 전환해 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상속농지도 위반사항을 정비할 기회를 준다. 윤 정책관은 상속받은 농지 1.5㏊ 전부를 개인 간 임대한 사례를 들어, 개인 간 임대가 허용되는 1㏊를 초과한 부분을 농지은행에 위탁하도록 안내하고 계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소유자가 불분명한 미등기 상속농지는 행정청이 대리경작자를 지정하거나 재산세 납부자 등이 대표로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여러 사람이 공유한 농지도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지분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공유자들의 동의를 받아 위탁임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당정은 임차인 퇴거 등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을 11월 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를 해당 기간에 농지은행에 위탁임대하면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지법상 임대차 위반으로 보지 않을 예정이다.

고령농이나 상속인이 휴경 중인 농지, 직접 농사짓기 어렵지만 매수자가 없어 방치된 농지는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한다. 농지은행이 풀베기와 경지 정비 등을 거쳐 다시 농사짓기 좋은 상태로 만들고 다른 농업인에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불법 전용 농지에 대해서는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양성화를 추진한다. 당초 전용 신고·허가 절차를 거쳤다면 설치할 수 있었던 농업용·공공·기타 시설 등이 대상이다. 사후 전용 신청을 받아 요건을 심사하고 농지보전부담금을 부과한 뒤 추인해 합법적인 상태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다만 농업진흥지역의 농지를 불법 야적장이나 야영장 등으로 바꾸는 중대한 훼손에는 원상회복명령 등 법에 따른 조치를 한다. 비닐하우스나 버섯재배사로 위장해 식당을 운영하거나 태양광발전에만 사용하는 시설에는 본래 용도로 바로잡도록 자진 정비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다.

지목은 전·답이지만 오랜 기간 나무가 자라 임야가 됐고 농지로 복구할 실익도 낮은 토지는 실제 현황에 맞춰 지목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명백한 투기는 처분명령 등 엄정 대응 원칙을 유지한다. 거짓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하는 행위, 농업법인을 세워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당정은 처분 유예와 불법 전용 사후 추인의 대상·절차를 담은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연내 국회 의결을 목표로 하되 자진 정비기간과 처분 유예기간은 현장 의견 수렴과 입법 논의를 거쳐 정한다. 고령화 등 농촌 현실을 반영해 임대차·휴경 요건을 개선하는 농지법 개정도 병행한다.

조사 결과는 농지제도 개편과 고령농·청년농 간 세대 전환에 활용한다. 고령농이 농사짓기 어려운 농지를 농지은행이 매입·수탁하고, 복구·정비를 거쳐 청년농과 귀농인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할 농지 매입·농지연금 예산의 국회 심의 단계 증액도 검토한다.

윤 정책관은 일각의 조사 중단 요구에 대해 “우리 농업과 농지제도가 미래지향적으로 도약하가 위한 출발점이 농지 전수조사”라며 “투기를 막고 농업인들이 떳떳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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