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관협정을 비롯해 무역·투자, 스마트그리드, 고용·재난·문화 분야를 아우르는 협정·양해각서(MOU) 18건을 체결했다.
이번 회담은 2024년 수립한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체적인 사업과 기업 진출 성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빠른 경제성장과 도시화가 진행 중인 키르기스스탄의 수요에 한국의 도시개발 경험과 스마트 건설기술, 정책금융을 결합하고 핵심광물과 디지털·에너지 분야로 협력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자파로프 대통령님과 지난해 8월 첫 통화를 했는데, 오늘 이렇게 직접 뵙게 돼서 더 반갑다”며 “한국을 다시 방문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시 우리나라는 잠시 혼란을 겪었지만 민주주의와 자유를 향한 우리 국민들의 열망과 용기로 다시 이렇게 평온을 되찾았다”며 “지난번 방한에서 예기치 못한 차질이 있었던 만큼 대통령님과 한국에서 마주하는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992년 수교 이후 양국이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발전시켜 왔다고 평가했다.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과 두 번째로 교역 규모가 큰 국가로, 3년 전 직항 노선이 개설된 이후 양국 간 인적 교류도 약 50% 증가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지닌 풍부한 협력 잠재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교류가 더욱 증대되길 기대한다”며 “인프라 개발과 공공행정, 치안, 재난 대응부터 식량안보, 기후·환경, 문화·교역에 이르기까지 호혜적인 협력을 넓히는 심도 있는 논의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양국은 도시계획과 마스터플랜 수립부터 교통·생활 인프라, 산업단지 설계·건설,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까지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의 도시개발 경험을 공유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이 키르기스스탄의 도시·인프라 사업에 참여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와 키르기스스탄 민관협력센터도 현지 민관협력(PPP)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유망 사업을 공동 발굴한다. KOTRA와 키르기스스탄 국가투자청은 재생에너지·친환경 기술을 포함한 투자·기술 협력을 확대해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무역·투자 협력 분야에는 핵심광물과 디지털 전환, 할랄 인증, 섬유산업이 새롭게 포함됐다. 기존 전통산업 중심의 협력 범위를 공급망과 미래 성장산업으로 넓힌 것이다. 기업 지원과 무역투자협력위원회를 통한 이행체계도 보완한다.
할랄 인증 상호 인정은 국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시장 진입 성과로 꼽힌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이 발급한 할랄 인증을 키르기스스탄 현지에서 인정해 국내 기업이 별도의 현지 인증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행정 부담과 시간·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세관 분야에서는 과세가격과 원산지 검증, 통관 지연·불허 사유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민감물품 불법 거래와 밀수 등 초국가범죄에 공동 대응하면서 정상적인 교역의 통관 불확실성을 낮추는 제도적 장치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행정 디지털화 협력을 통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안정적인 활동도 지원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원격검침 인프라와 에너지저장장치 등을 활용한 스마트그리드 협력을 추진한다. 키르기스스탄의 전력 손실을 줄이고 전력망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기술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농축산 분야에서는 키르기스스탄 국가투자기금이 100만 달러를 마련해 축산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협력사업을 추진한다. 농축산 전후방 산업에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려는 취지다.
고용허가제에 따른 노동자 송출·도입 MOU도 갱신했다. 한국어능력시험 등 객관적인 절차를 거친 인력을 국내 중소기업에 공급하고, 송출비용과 구직자 선정·입국 절차를 투명하게 관리해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양국은 재난 예·경보와 조기경보시스템 개발, 농림위성·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산림복원, 경찰 교육기관 교류 등을 추진한다. 서울시와 비슈케크시는 도시행정과 AI·스마트도시,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우호·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이 대통령은 키르기스스탄이 내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는 데 대해서도 축하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키르기즈공화국은 대한민국을 아시아의 주요 협력국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2024년 방한 당시 이뤄진 합의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내년 양국 수교 35주년을 맞아 이 대통령의 키르기스스탄 공식 방문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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