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리 상승으로 차입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유상증자 심사까지 강화되면서 자금 마련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15∼16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기업 내 재무 업무 담당자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결정이 국내 시장금리와 채권 시장에 영향을 줄 경우 신규 자금 조달과 기존 차입금 차환 여건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차입금 규모가 크거나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금리 상승이 실적과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아직 은행권에서 기업대출 문턱을 높이지 않았지만 금리 상승이 장기화하면 기업의 신용도와 재무건전성에 따라 대출 조건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우량기업은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여력이 있지만, 신용도가 낮거나 현금흐름이 취약한 기업은 이자 부담 가중과 재무건전성 악화에 시달리게 된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다.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유증에 대해 증자 필요성과 자금 사용처, 증자 외 대체 조달 수단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은 당초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추진했지만 금감원의 두 차례 정정 요구를 거치며 1조7000억원대로 낮췄다. 이 과정에서 채무상환에 사용할 자금도 당초 계획보다 줄이고 비업무용 자산 매각과 자본성 조달 방안 등을 증권신고서에 추가로 반영했다.
대규모 증자가 어려워질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자금을 한 번에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신주 발행에 따른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부담까지 고려해야 한다.
은행권 대출과 유증 외 다른 자금조달 수단으로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모사채 등이 거론된다. 다만 기업들이 채무 상환이나 경영권 방어 용도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유증과 마찬가지로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대체 조달 수단 역시 비용과 조건 측면에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CB나 BW는 향후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신주인수권이 행사될 경우 자본구조가 달라지게 되고, 사모사채는 투자자가 요구하는 금리나 조건에 따라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금성 자산이 충분하고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은 여러 조달 수단 가운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꼼수' 자금조달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은 투자 결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차입을 통해 설비투자나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은 금리가 오를수록 예상 수익률과 자금조달 비용을 다시 따져볼 수밖에 없다. 수익성이 낮거나 회수 기간이 긴 사업일수록 투자 시점을 늦추거나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도 커진다. 기존 사업의 생산설비 확충이나 연구개발(R&D) 투자까지 보수적으로 이뤄질 경우 기업의 성장 여력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결국 고용과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금융시장에서는 기업의 자금조달이 막히지 않도록 유동성과 신용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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