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세단급에서 아반떼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경차보다 넉넉한 공간과 중형차보다 낮은 유지비를 갖추면서도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첫 차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차급을 뛰어넘는 8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디 올 뉴 아반떼'로 다시 태어났다.
신형 아반떼는 풀체인지 과정에서 전장을 55㎜ 늘리고 전고도 5㎜ 높였다. 전폭은 1855㎜로 쏘나타(1860㎜)와 불과 5㎜ 차이다. 제원이 중형 세단 수준으로 커지며 사실상 쏘나타와의 경계가 사라지게 됐다.
문제는 가격대다. 아반떼의 가솔린 2.0 모델은 2398만원부터, 하이브리드 1.6 모델은 3042만원(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 전 가격)부터 시작한다. 기존 모델과 비교하면 시작가격이 가솔린은 336만원, 하이브리드는 387만원 올랐다. 하이브리드 상위 트림에 옵션을 더하면 차량 가격은 4000만원을 넘어선다.
가격만 놓고 보면 쏘나타와의 간격이 크게 좁아졌다. 쏘나타 1.6 가솔린 모델은 2933만~3666만원, 하이브리드는 3418만~4137만원 수준이다. 차체뿐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신형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쏘나타의 경계가 희미해진 것이다.
선택의 폭을 넓히면 아반떼의 경쟁 상대는 더 많아진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BYD 돌핀의 국내 판매가격은 기본 모델 2450만원, 액티브 2920만원이다. 아토3도 3490만원으로 책정됐다. 아반떼와 차급이나 차종은 다르지만, 2000만~3000만원대에서 신차를 찾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을 비교해볼 수 있는 선택지다.
현대차는 높아진 가격이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니라 상품성 확대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자동차에 고급 기술이 탑재되면서 비용도 올라가고 있다"며 "5년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기술들이 들어가고 더 좋은 자재를 활용하면서 결국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전동화·소프트웨어중심차(SDV) 시대에 고객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 8세대 아반떼는 기본 트림부터 높은 상품성을 갖추고,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첨단 모빌리티 경험까지 제공하도록 구성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상품성 향상에 따른 가격 인상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소비자가 실제 지갑을 열 때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존 핵심 구매층인 사회초년생과 20~30대에게 수백만원의 가격 인상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 트림을 없애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진입가격이 크게 높아진 점도 심리적 저항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시장 우려와 달리 8세대 아반떼는 첫 날에만 1만대 이상(1만1094대) 계약이 성사돼 7세대 아반떼(1만58대)를 제치고 역대 아반떼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SUV 선호 트렌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정통 3박스 형태의 내연기관 세단이 계약 개시 하루 만에 1만대 이상의 계약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눈 여겨볼 부분은 트림 선택이다. 실제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이 52%로 과반을 차지했다. 본 트림인 모던과 중간 트림인 프리미엄은 24% 수준이었다. 결국 준중형 차급에서도 첨단 사양과 차별화된 상품성을 선호하는 고객 수요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 아반떼는 과거처럼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준중형차라기보다 상위 차급에 가까운 상품성을 함께 제공하는 방향으로 성격이 달라졌다"며 "초기 계약에서는 가격 인상에도 상위 트림을 선택하는 수요가 확인됐지만, 신차 효과가 지나간 이후 높아진 가격을 소비자들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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