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통폐합은 기관 간 업무와 인력, 조직 체계를 함께 조정해야 하는 복잡한 사안이다. 각 기관의 역할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필연'이라는 것이 대내외 진단이다. 특히 과거에도 기관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논란 속에서 일부 기관의 통폐합이 실제 이루어진 전례가 있어 이번 개편 논의에도 참고 사례가 되고 있다.
앞서 민선 6기 때 통폐합이 연정 과제로 추진되어 우여곡절 끝에 경기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으로 통합되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경기영어마을을 흡수·통합했다. 그 후 새로운 기관이 설립되면서 전체 기관 수에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경기도 산하에는 28개의 공공기관이 있고 전체 직원은 7000여명이다. 올해도 출연금은 4900억원 가량이다.
이 중 5개는 민선 7~8기 때 신설됐다. 민선 7기 때 경기도환경에너지진흥원·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기교통공사·경기도사회서비스원이, 민선 8기 때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새로 만들어졌다. 현재 추미애 지사도 반도체·AI 등 전략산업 투자를 위한 경기미래투자공사를 2027년 하반기 설립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제2회 추경 예산안을 편성하며 상당수 산하기관의 출연금과 지원사업비를 삭감했다. 특히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연구원·경기관광공사·경기아트센터·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등 5개 기관의 경우 50억원 이상씩 모두 522억원을 감액한 바 있다. 이 같은 대규모 감액을 두고 산하기관 구조조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뒤따랐다.
한편, 경기도의 방침이 공개되자 출연기관 확대와 위탁사업비 누증에 따른 재정 부담, 그리고 운영의 효율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아울러 '통폐합' 당위성에 대한 긍정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 제기와 대책 마련 촉구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경기도는 2018년 제1회 추경에서 5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경기도 및 산하 공공기관 조직체계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2019년 조직 진단을 진행해 같은 해 최종결과보고서를 내놨다.
그러나 당시 경기도의회에서는 최종보고서가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 통폐합이나 구조조정보다는 인력 강화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당시 도의회에서는 25개 공공기관 가운데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일부 업무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으로 이관하는 방안 외에는 실질적인 기능 조정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통폐합이나 축소보다 기존 기관 내부의 부서 이동과 업무 조정에 그쳐 유야무야됐다. 직원과 노조, 관계단체, 수혜자, 관련 업계, 지역 정치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이 컸다. 결코 통폐합이 만만치 않은 난제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성공할 수 있을까? 추미애 도정이 통폐합과 신설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인지가 관건이다.
경기도의회의 조례정비 의지도 중요하고, 도민들의 기대도 높아지며 벌써 유사·중복기관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비등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 28개 공공기관 간 기능 중복, 관리 조직의 중복, 도 본청·다른 기관과의 업무 중첩에 대한 문제점도 전문가를 통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이미 2016년 경기도가 실시한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용역에서 제시된 방안이지만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당시 제안을 재검토해도 타당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시 용역은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경기콘텐츠진흥원·경기테크노파크 등에 창업·판촉·통상지원 등 유사 기능이 존재한다고 판단해 경제산업 분야 통합기관 신설을 제안했다.
2016년 최종 용역안에서 경기테크노파크는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콘텐츠진흥원과 통합 대상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10년이 지난 현재도 유효하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세 기관의 존재 이유와 지역적 역할이 완전히 같다는 뜻은 아니지만, 기업지원·기술혁신·사업화·산학연 협력이라는 접점이 있기 때문에 사업별 중복 여부를 다시 진단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정책 분야 안에서도 별도 법인이 계속 존재하면서 조직이 분절돼 있는 경기문화재단과 한국도자재단도 중복된 관리 체계를 줄이기 위해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2016년 경영합리화 용역에서 이미 경기문화재단이 한국도자재단을 흡수해 문화예술진흥과 예술인 지원 기능 등을 총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법인은 하나로 만들고 도자 분야는 전문본부로 존치시켜야 하며 그렇게 하면 사업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기관장·이사회·감사·경영기획·인사·회계 등 별도로 유지해야 하는 관리 체계를 하나로 묶을 여지가 생긴다고 했다. 정책연구 기능이 여러 기관으로 분산돼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동시에 경기연구원뿐 아니라 가족여성연구원과 경기복지재단 등에 분산된 정책연구 기능을 경기연구원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기도가 통폐합에 앞서 28개 기관의 모든 사업을 이 과정에 대입해 보면 실제 중복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자료로 충분하다. 통합론의 근거로도 설득력이 있다.
아무튼 가장 강력한 통폐합 명분은 예산 절감을 넘어 정책 책임성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다. 경기도 공공 출자·출연기관은 설립 때 타당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인사·조직·보수 등이 적정한지 매년 경영평가도 실시하게 돼 있다. 즉 제도적으로도 기관을 한번 만들었다고 영구 존속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기준에 미달되거나 효율성이 떨어질 때 과감한 개혁은 필수다.
2016년에도 중복 기능이 공식적으로 지적됐고, 10년이 지난 지금 28개 기관의 사업을 다시 전수 대조해 존치·기능조정·통합을 판단하자는 취지다. 앞서 추미애 지사는 지난 2일 경기도의회 제393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산하 공공기관에 대해 "여러 우려와 지적들이 있어서 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인력의 효율적 재배치에 대해서도 "당연히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혁고정신(革故鼎新: 낡은 걸 고치고 새로운 것을 세운다)이다. 오래됐다는 이유로 기관을 존치할 것도, 숫자를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합칠 것도 아니다. 도민에게 필요한 기능인가 처음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이해관계에 밀려 한두 기관을 손 보는데 그친다면 10년 전의 논의를 되풀이할 뿐이다. 가지 않은 길을 갈 때 난관은 있는 법이다. 하지만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 미래 또한 보이는 법이다. 차제에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통폐합 작업이 경기도민을 위한 '개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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