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커지는 호르무즈 파병…국회 동의부터 국민 안전까지 '걸림돌' 산적

  • 청해부대식 '우회 파병' 어려워…임무 범위 및 파병 조건도 쟁점

  • 보복 경고 우려에…전문가 "위험 통제 어려운 만큼 만전 필요"

사진에스바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엑스 캡처
[사진=에스바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엑스 캡처]

청와대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실제 파병 결정을 위해서는 법적, 실무적 절차 등 넘어야 할 문턱이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동의는 물론 파병 조건과 국민 안전 등 해외 파병 때마다 거론됐던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8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실질적 기여 방안에 군사적 기여도 전제한 가운데 여러 선택지를 검토 중이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내부적으로) 적극적으로 한미 관계 속에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고 다소 우려하는 시각도 있어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대통령 순방 후 좀 더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 이후 빠른 시일 내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파병의 규모와 적정성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는 우선 P-8A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부대(EOD) 등 비전투 자산을 보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파병 예상지역인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에 시간이 소요될 경우, 추가적인 전략 자산 투입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파병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는 정부가 국제법적 근거와 임무의 한계, 비용과 파견 기간, 철수 조건 등을 국회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냐에 달릴 전망이다.
 
헌법 제60조 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헌법 제5조 1항이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만큼, 정부는 이번 임무가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것인지, 민간선박 보호와 자유항행 회복을 위한 방어적 활동 여부를 우선 결정하고 설득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투입 방식은 활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시 정부는 파병동의안에 담긴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단서에 근거해 별도의 국회 동의 없이 작전구역을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일대로 넓혔다.
 
이번의 경우 사실상의 교전 상황에서 다국적 연합작전에 참여해 정보와 전력을 공유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만큼, 임무와 지휘체계의 성격부터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기존 청해부대 파병동의안을 확대 해석하면 ‘우회 파병’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파병 시기와 종료 시점, 해협 통항 정상화나 위협 수준 하락 등 철수 조건을 사전에 설정하지 않으면 임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라크 자이툰부대의 경우, 파병 이후 국회에서 연장동의안이 거듭 처리됐고, 정부가 약속했던 철군 시점도 뒤로 밀렸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 나설 정도로 정치적 부담도 누적된 바 있다.
 
파견 장병과 현지 교민·기업, 민간선박의 안전도 파병 결정을 가로막는 문턱으로 꼽힌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한국어로 올린 입장문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미국의 침략행위를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전투 자산을 보내더라도 이란이 한국을 사실상의 참전국으로 규정할 경우, 위험이 파견 전력에 그치지 않고 중동 지역의 국민과 경제적 자산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한국 선박이 공격받은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크다. 지난 5월 호르무즈 해협에 있던 HMM 소유 컨테이너선 ‘나무호’가 미사일 두 발에 피격됐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잔해 분석을 거쳐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이 소통하는 이란 외교부는 혁명수비대를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이란과 외교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더라도 우리 선박이나 파견 전력이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어 정부의 외교적 관리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파병을 결정한다면 국제규범에 따른 자유통항 보장과 우리 선박·에너지 안보를 위한 활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대·내외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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