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확대, 비용의 그늘] ESS 늘 때마다 15년 정산부담…전기요금 해법은

  • 제주 68㎿ 상업운전 돌입…계약용량정산금 지급 본격화

  • 한전 부담분 구입전력비 반영…전기요금 인상 압력 우려

  • SMP 가격차 거래 활성화 땐 사업자 추가 수익 확보 가능

서울 시내의 한 전기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전기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 도입이 늘면서 한국전력공사 등 전력구매자의 장기 정산 부담도 누적될 전망이다. ESS 사업자에게 15년간 지급되는 계약용량정산금 가운데 한전 부담분은 구입전력비에 반영되는 만큼 정부 지원과 시장 수익 확대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계약시장 ESS 1196㎿ 선정…정산 부담 장기화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전과 전력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중앙계약시장을 통해 선정된 ESS 물량은 총 1196㎿(메가와트)다. 2023년 제주 지역에서 68㎿가 선정됐고 2025년 1·2차 입찰을 통해 각각 563㎿와 565㎿가 추가됐다. 저장용량은 총 7040㎿h다.
 
ESS 중앙계약시장은 전력거래소가 경쟁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선정된 사업자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15년간 계약가격에 따라 계약용량정산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규모 초기 투자비에 비해 기존 전력시장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ESS 사업자의 투자비 회수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다.
 
2023년 제주 지역에서 선정된 ESS 68㎿는 모두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제주 한림 BESS 10㎿가 지난해 12월 12일 가동을 시작했고 북촌 BESS 35㎿와 남제주 BESS 23㎿가 각각 올해 1월 22일과 3월 20일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에 대한 계약용량정산금 지급도 순차적으로 시작됐다. 
 
ESS는 전력 수요가 적거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 전력을 저장한 뒤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방전한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태양광과 풍력이 늘어날수록 전력 수급과 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ESS의 역할도 커진다.
 
이에 따라 ESS 도입 물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29년까지 육지 2100㎿와 제주 188㎿ 등 총 2288㎿ 규모의 저장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신규 ESS가 추가될 때마다 전력구매자가 15년간 부담해야 할 정산금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기존 사업에 대한 정산이 끝나기 전에 신규 사업에 대한 정산이 시작되면서 비용 부담이 장기간 중첩되는 구조다.
 
계약용량정산금은 한전 등 전력구매자가 구매전력량에 비례해 나눠 부담한다. 한전이 납부한 정산금은 구입전력비에 포함된다. ESS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가 전기공급 원가를 높여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지원·시장 수익 확대해야…"민간 경쟁 촉진"

이에 전문가들은 전력구매자 부담 원칙을 유지하되 정부 지원을 병행하고 시장 수익을 확대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계통 안정화에 따른 편익이 최종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만큼 전력구매자와 소비자의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지만 ESS 가격이 높은 초기에는 정부가 비용 일부를 분담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소비자가 ESS의 편익을 얻기 때문에 전력구매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면서도 "ESS 가격이 아직 높은 만큼 정부가 재정으로 일부를 지원하면 소비자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SS 사업자가 장기계약 이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전력시장가격(SMP)이 낮을 때 전력을 저장하고 가격이 높을 때 판매하는 가격차 거래가 활성화되면 ESS 사업자가 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가격이 낮을 때 충전하고 비쌀 때 판매하는 방식으로 ESS 사업자가 수익을 확보한다"며 "이렇게 하면 ESS 사업자의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비용 전부가 소비자 전기요금에 추가로 전가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중앙계약시장에만 의존하기보다 민간 참여와 경쟁을 확대해 비용 절감과 기술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ESS 보급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한전 등 전력구매자에게 비용을 집중시키기보다 민간에 시장을 폭넓게 개방해 경쟁과 기술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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