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시니어리티(연공서열) 통합을 둘러싸고 첫 단체집회에 나선다. 사측과 협상이 결렬되자 장외투쟁으로 수위를 높이는 양상이다. 이미 노동위원회 조정을 신청한 데 이어 단체행동까지 나서며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둔 대한항공에 노사 갈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다음 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자택 앞을 포함한 복수 장소에서 단체집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시니어리티 갈등과 관련해 노조가 단체집회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니어리티는 조종사의 기장 승격 순번뿐 아니라 운항 기종과 노선, 월 비행시간, 임금 체계 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준이다. 어떤 기준으로 순번을 새로 배치하느냐에 따라 조종사 개인의 승격 시점 등이 크게 달라진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의 통합에 따라 양사 조종사 간 하나의 시니어리티 체계를 만들고 있다.
최근까지도 노사는 시니어리티 통합 방안을 놓고, 4차례에 걸쳐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다만 지난달 말 만남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노조는 장외투쟁과 쟁의권 확보를 병행키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양사 조종사를 갈라 세운 건 회사"라며 "어느 쪽과도 협의 없이 서열을 정해놓고, 이의제기하는 쪽에 반대편 조종사를 무시하는 집단인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니어리티를 둘러싼 노사의 기본 인식부터 다르다는 데 있다. 대한항공은 시니어리티가 회사 고유의 인사권에 해당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단체협약에 '노사 합의로 정한 운항승무원 서열 순위 제도를 준수하라'고 명시돼 있는 만큼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최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은 이러한 노사 갈등에 더 불을 붙일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통해 사업 경영상의 결정 자체는 원칙적으로 의무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이에 뒤따르는 배치 전환이나 근무 형태 변경 등 근로 조건 변화가 구체화하면 교섭·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시니어리티 통합이 조종사의 기장 승격 순서와 지위, 보상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단체집회와 함께 노조는 쟁의권 확보도 추진 중이다. 2024년 단체협약·2025년 임금협약 교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전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지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항공운수업은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해 조정 기간은 신청일로부터 15일이다. 만약 실제 파업하면 2016년 12월 이후 약 10년 만의 쟁의행위가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진 기준은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권한"이라며 "통합 후 기재 규모와 기장 소요 등을 반영해 향후 승격 시기를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 조종사의 승격 시기는 통합 전 예상보다 지연되는 사례는 없었고, 오히려 90% 이상은 단축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미 회사는 외부 컨설팅을 통해 양사간 조종사의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승진 서열안을 마련했다"며 "쟁의조정 절차를 그만두고, 통합을 방해하는 극단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을 멈춰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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