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규모 정쟁' 얼룩진 정기국회, 민생은 어디에

송승현 정치경제부 기자사진송승현 기자
송승현 정치경제부 기자

지난 1일 개최된 본회의를 시작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정기국회가 개원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개회사에서 언급했듯 민생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 국회는 민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여야가 이 정부 2기 인사청문회와 각종 입법안, 800조원대 슈퍼 예산안을 두고 전초전을 계속해서 벌인다면 22대 전반기 국회가 보여준 것처럼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며 정쟁에만 매몰돼 민생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모습이 답습되는 건 씁쓸하지만 당연하게도 예정된 수순이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건 인사청문회다. 민주당이 '추석 전 인사청문회 마무리' 방침을 내건 만큼 민생이 아닌 인사청문회라는 대규모 정쟁을 신호탄으로 정기국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이 대통령의 2기 내각이 발표된 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사활을 걸고 인선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공세 고삐를 더욱 움켜쥐고 민주당도 이에 질세라 맞불을 놓으며 본격적인 청문회 시작 전부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자당 의원인 김 후보자가 연루된 '신약 청탁' '공소 취소 모임' 의혹에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이 정부의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용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특혜' '불공정' 등 파열음이 나오며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

지난 8·17 전당대회 당시 이 대통령과의 관계성을 강조했던 김민석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 역시 용 후보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등 당내에서도 이를 중대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 국민의힘 역시 용 후보자에 이어 김 후보자에 대한 연일 수위를 높이며 인사청문회 때 대대적인 집중포화를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조속한 인사청문회 마무리 후 2기 내각이 출범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내각이 활동하게 된다면 야권의 대대적인 공격과 이를 방어하려는 여권의 긴장감이 고조되며 민생은 또다시 뒤로 밀릴 것이다.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내년도 예산안 역시 여야는 정쟁을 위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며 험난한 협의를 예고하는 등 민생은 여전히 우선순위에선 밀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중심으로 정부가 내놓은 사상 최대의 예산안을 '포퓰리즘' '돈 풀기' 예산으로 규정해 고삐를 조이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지난 8월 기준 두 달 만에 3.1%를 기록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근거로 물가 폭등과 세금 인상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이 내년도 예산안에 대대적으로 반기를 든 이상 '민생을 위한 예산'을 내건 취지에 맞지 않게 험난한 처리 과정이 예상된다.

다만 예산안 합의 처리에 난항이 예고된 건 비단 무조건적인 비토를 펼치고 있는 국민의힘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주당 역시 원내 과반 의석수를 차지한 집권 여당이라는 특성을 앞세워 무조건적인 예산안 처리를 도모하는 등 날을 세우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후안무치' '구호가 아닌 대안을 가져오라'며 국민의힘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쏟아내며 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 합의를 미궁 속으로 빠트리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존재 이유는 여야의 밥그릇 싸움도, 연임을 위한 정쟁도 아닌 민생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생을 밀어내는 국회는 존재할 이유도, 지지할 명분도 없어진다. 하루빨리 민생을 최우선으로 건강한 토론을 이어가는 국회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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