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스님이 '한국 불교의 새로운 백년'을 화두로 조계종을 다시 이끌게 됐다. 지난 4년간 종단의 안정과 변화를 이끌었다고 자평한 진우 스님은 두 번째 임기에는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편과 교구분권, 승려복지 확대 등 종단 개혁과 K-선명상 세계화 등에 박차를 가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실시한 제38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현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간접선거로 치른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서 선거인단 321명 전체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57%(183표)가 진우 스님을 택했다.
진우스님은 이날 당선소감을 통해 "한국 불교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데 혼심의 힘을 다하겠다"며 "오늘의 선택은 저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안정과 화합을 바탕으로 한국 불교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라는 준엄한 뜻으로 받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과정에서의 모든 이견과 의견을 소중히 품겠다"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더욱 낮은 자세로 듣고 교구, 사부대중과 함께 종단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연임한 것은 제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 이후 13년 만이다. 1994년 종단 개혁 이후로는 자승 스님에 이어 두 번째다. 진우 스님은 2022년 제37대 총무원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무투표 당선됐다. 이번에는 경선을 거쳐 다시 선거인단에게 선택을 받았다.
진우 스님은 지흥 백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8년 관응 스님을 계사로 수계(사미계)했다. 신흥사, 용흥사, 백양사 주지와 대한불교조계종 재심호계위원, 총무원장 직무대행, 불교신문 사장, 대한불교 조계종 제8대 교육원장을 역임했다.
연임에 성공한 진우 스님이 내건 화두는 '안정에서 도약으로'다. 지난 4년간 이룬 안정과 변화를 발판 삼아 앞으로 4년은 본격적인 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진우 스님은 지난달 11일 출마를 선언하며 “한국 불교의 새로운 백년을 열겠다”며 “앞으로는 안정과 변화를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향해 도약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진우 스님은 2022년 취임 이후 종단 안정과 불교의 사회적 저변 확대에 힘을 쏟았다. 오랜 현안이던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해결했고, 연등회·템플스테이·사찰음식 등 불교문화 확산에도 주력했다. 최근에는 선명상을 종단의 핵심 사업으로 내세워 대중화를 추진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등을 통해 대중에게 보다 젊고 친숙하게 다가갔다.
두 번째 임기에는 종단 내부 개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진우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편과 교구 분권, 승려 복지 확대, 비구니 권익 향상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총무원장 선거제도와 관련해 추대제부터 직선제까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교구로 넘기는 방안도 추진한다. 중앙분담금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전 종도에게 기본수행비를 지급하는 등 승려 복지도 확대할 계획이다.
포교 외연도 넓힌다. 인공지능(AI)과 뉴미디어를 활용해 젊은 세대와 접점을 넓히고, 선명상을 ‘마음안보’와 ‘마음운동’으로 확산해 ‘K-선명상’으로 세계화한다는 구상이다. 연등회와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등 한국 불교문화의 세계적 브랜드화도 추진한다.
총무원장은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조계종의 종무행정을 총괄하는 자리다. 해인사·통도사·송광사 등 전국 25개 교구본사를 비롯해 3000여 사찰을 관리하고 총무원 종무원과 각 사찰 주지 임면권을 갖는다. 종단과 사찰 재산을 감독하고 주요 사찰의 예산 승인·조정 권한도 행사한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과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도 당연직으로 맡는다.
막강한 권한만큼 과제도 적지 않다. 선거제도 개편과 교구 분권, 승려 복지 등 공약을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특히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교구에 넘기겠다는 공약은 총무원장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추진 과정이 주목된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종단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숙제다.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 자격과 승적, 금권선거 의혹 등을 둘러싸고 후보 진영 간 공방과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조계종은 4일 오후 2시 원로회의를 열어 총무원장 당선자 인준 절차를 진행한다. 인준을 거치면 진우 스님은 오는 28일 제38대 총무원장 임기를 시작한다. 임기는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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