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와 공동 생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자 일본 내 신규 생산거점 확보와 함께 키옥시아와 연구개발(R&D), 공급망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인터뷰에서 키옥시아와의 공동 생산에 대해 "하나의 선택지"라며 "키옥시아는 많은 강점을 가진 회사"라고 밝혔다.
협력 범위는 생산에 국한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공동 생산뿐 아니라 R&D와 공급망 공유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키옥시아가 미국 샌디스크와 합작해 주력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처럼 SK하이닉스와 새로운 협력 구도를 구축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최 회장은 "키옥시아의 미래 전략 중에 SK하이닉스가 들어가 있다면 언제든지 파트너가 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을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검토하는 배경에는 AI 메모리 수요 급증이 있다. 최 회장은 현재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가 수요 대비 "20~30%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대규모 투자만으로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와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일본은 TSMC와 마이크론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의 자국 내 투자를 지원하며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의 협력이 구체화될 경우 글로벌 낸드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낸드 출하량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5%로 1위를 차지했고 SK하이닉스가 22%, 키옥시아가 14%로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36%로 삼성전자를 웃돈다. 양사가 생산과 R&D, 공급망 등에서 협력을 강화할 경우 낸드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양사의 자본 관계도 향후 협력의 변수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의 최대주주인 베인캐피털 주도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키옥시아에 대한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키옥시아와의 합의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내후년까지 키옥시아 동의 없이 직·간접적으로 의결권 1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양사가 경쟁 관계에 있는 만큼 향후 협력 방식과 지분 관계 조정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 관계를 정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더는 어떤 협력 관계도 구축할 수 없다면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를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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