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1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제7차 이사회를 통해 모레노 감독을 포함한 6명의 임시 코칭스태프 선임안을 의결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홍명보 전 감독이 사퇴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스페인 국적 지도자가 한국 A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아울러 축구협회가 A대표팀 감독을 공개채용 방식으로 선발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계약 기간은 오는 11월 27일까지다. 모레노 감독은 9월 에콰도르·우루과이전을 시작으로 10월 베네수엘라·우즈베키스탄전까지 네 경기, 이어 11월 두 경기까지 총 6차례 A매치를 지휘한다. 축구협회는 이 6경기 평가 결과에 따라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연장하는 조건도 계약에 포함했다.
1977년생인 모레노 감독은 전임 사령탑들과 달리 선수 출신이 아니다. 프로 무대를 밟은 적이 없고 체육 교사의 권유로 14세부터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16세에는 고향의 라 플로리다 유소년팀을 맡았다. 이후 FC바르셀로나 B팀(스페인) 비디오 분석관으로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다.
이름을 알린 계기는 루이스 엔리케 현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과 동행이다. 모레노 감독은 2011년 엔리케 감독이 AS로마(이탈리아) 지휘봉을 잡을 때 수석코치로 합류해 셀타 비고와 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 스페인 대표팀까지 8년 가까이 보좌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바르셀로나 수석코치로 일하며 유러피언 트레블을 합작했다. 바르셀로나 시절에는 상대 분석과 경기 계획 수립, 세트피스 전술을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홀로서기 이후의 성적표는 달랐다. 2019년 말 부임한 AS모나코(프랑스)에서는 7개월 만에 물러났다.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모레노 감독이 떠날 당시 5승 3무 5패 리그 9위라는 성적과 함께 그가 약속한 바르셀로나식 축구가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모레노 감독은 새 스포츠디렉터가 부임해 자신의 사람을 데려온 것이 결별의 결정적 이유였다고 반박했다.
그라나다(스페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됐다. 직선적이고 힘을 앞세우던 팀에 패스와 점유를 입히려 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2021~2022시즌 리그 27경기에서 5승 10무 12패에 그쳤고 마지막 7경기에서 6패를 당한 뒤 경질됐다. 당시 팀은 강등권 바로 위까지 밀려 있었다. 가장 최근 팀인 소치에서는 2024~2025시즌 1부 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그러나 다음 시즌 개막 7경기에서 승점 1을 얻는 데 그쳐 경질됐다.
모레노 감독은 스페인 대표팀을 떠난 뒤 세 개 클럽에서 지휘한 104경기에서 32승 34무 38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약 30.8%다.
축구계에 따르면 모레노 감독은 도메네크 토렌트, 헤수스 카사스 등 유력 후보들과 경합 끝에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로부터 데이터 활용 능력과 상대 분석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상대 분석에 많은 시간을 쏟는 지도자로 통한다. 데이터를 다루는 데 능하고 축구를 하는 것은 선수지만 '도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론을 유지해 왔다. 짧은 기간에 팀을 정비해야 하는 임시 사령탑에 어울리는 강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화려한 이력과 별개로 모레노 감독에게는 꼬리표가 하나 붙어 있다. 소치 시절 불거진 챗GPT 의존 논란이다. 카타르 매체 비인스포츠는 지난 1월 모레노 감독의 소치 경질 배경에 성적 부진뿐 아니라 AI 도구 챗GPT의 무분별한 활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훈련 프로그램 설계와 선발 명단 구성, 선수단 이동 일정, 이적시장 영입까지 챗GPT를 활용하면서 구단 내부의 우려를 샀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사례도 공개됐다. 안드레이 오를로프 전 소치 단장은 "모레노 감독이 챗GPT로 짠 일정표에는 원정 이틀 전 오전 7시 훈련 후 28시간이나 잠을 자지 않는다는 계획이 있었다"며 "영입 과정에서 챗GPT를 통해 세 명 중 한 명을 뽑았는데 그 선수는 10경기 0골에 그쳤다"고 했다.
이어 "내 축구 경력은 데이터와 영상 분석에서 시작됐다. 내 전문 분야이기도 하고 이는 커리어 초기부터 나를 차별화할 수 있었던 요소이기도 했다"며 "모든 코칭스태프가 그렇듯 우리도 다양한 분석 도구를 활용하고 기술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결국 스포츠와 관련된 최종 결정은 언제나 코칭스태프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선수단 관리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모레노 감독은 그라나다 시절 공감 능력 부족으로 선수단과 마찰을 빚었다. 소치에서는 성적 부진의 화살을 선수들에게 돌려 논란을 만들었다. 0대 4로 크게 진 경기 뒤에는 "선수들은 월급을 받을 자격이 없으니 최소 연봉의 절반은 반납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모레노 감독은 소치에서 호흡을 맞춘 에두아르도 도캄포 수석코치를 다시 불러들였다. 코칭스태프 5명은 전원 스페인 출신이다. 하신트 마그리냐(분석·훈련방법론)와 빅토르 브라보 데소토(코치), 하비에르 초카로(피지컬), 니코 보쉬(골키퍼) 코치가 함께한다.
모레노 감독은 비자 등 준비를 마친 뒤 9월 초중순 입국할 예정이다. 첫 시험대는 9월 에콰도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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