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들이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도 매물 안내와 현장 방문에 대한 비용을 받는 ‘임장 기본보수제’를 다시 꺼냈다. 계약 없이 여러 집을 둘러보는 수요가 늘면서 중개 과정의 시간과 비용도 보상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소비자 부담과 중개업소 간 경쟁을 감안하면 실제 정착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적지 않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달 26일 법정단체 출범을 앞두고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임장비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중개사가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권리관계를 설명하고 차량을 이용해 집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계약을 성사하지 못하면 무보수로 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임장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고객이 만족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협회가 임장비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투입한 시간과 비용을 보상받기 어려운 현행 중개보수 구조가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SNS 등을 통해 실제 매수 목적보다 부동산 공부나 콘텐츠 제작을 위해 여러 매물을 둘러보는 이른바 ‘임장크루’가 늘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협회가 지난해 제시한 방안은 임장비를 먼저 받고 실제 계약이 이뤄지면 중개보수에서 해당 금액을 빼주는 ‘선결제·차감 방식’이다. 현장 안내나 권리관계 설명 등 계약 전 제공하는 서비스에도 일정한 대가를 인정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현행 중개보수 체계다. 공인중개사법은 중개보수와 권리관계 확인 등에 들어간 실비를 구분해 규정하고 있다. 현재 제도에서 일반적인 현장 안내까지 별도 기본보수로 일률적으로 받기는 어려워 임장비를 제도화하려면 보수·실비 범위 등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받아들일지도 변수다. 이미 주택 거래 때 내는 중개보수가 적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집을 보는 단계부터 돈을 내도록 하면 추가 부담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중개업소 간 경쟁도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한 중개업소가 임장비를 요구해도 주변 업체가 받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무료로 집을 보여주는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시장에서 실제로 임장비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토지나 공장처럼 현장 확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거래에서는 도입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견도 있다. 장거리 이동이 필요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매물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경우 중개사가 부담하는 비용도 커지기 때문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인중개사 보수는 기본적으로 성공보수 성격이 강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을 때 보수를 받기 어려웠다”며 “최근에는 이를 악용해 지나친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일정 부분 보수를 청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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