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 칼럼]  국경을 넘는 위험, 한중 협력의 방향을 다시 묻다

  • 네팔·중국 대홍수 …국경을 너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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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연구원 AI 연구실 연구위원]

  
지난 8월 26일 네팔과 중국의 티베트 자치구 접경지역을 대규모 홍수와 토석류가 덮쳤다. 네팔 라수와 지역의 빙하와 암반 붕괴로 촉발된 재난은 국경을 넘어 중국 지룽까지 피해를 남겼고, 현지 수력발전 사업에 참여하던 한국인 9명도 한때 고립되었다가 구조되었다. 같은 지역에서는 2025년 7월에도 빙하호의 급격한 배수로 중국과 네팔을 잇는 우정교가 유실된 바 있다. 재난 이후에는 사전 경고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중국이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중국은 복잡한 지형과 관측 기술의 한계를 들어 반박했다. 그러나 책임 소재보다 주목할 대목은 그 이후다. 양국은 실시간 수문·기상자료 공유와 조기경보체계 보완에 나섰다. 이번 재난은 예측의 한계가 클수록 정보의 공백을 줄이고 대응을 앞당기는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는 사람과 상품, 자본과 정보는 물론 공급망과 디지털망, 대기와 해양까지 촘촘하게 얽힌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 살고 있다. 이러한 연결은 교류와 성장의 기반이지만 한 지역에서 발생한 위험과 충격이 다른 국가의 사회적·경제적 비용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되기도 한다. 한국과 중국도 항공과 해운, 공급망, 금융·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한중 협력이 ‘무엇을 함께 얻을 것인가’만을 묻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제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을 함께 줄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문제도 주요 협력 의제로 다뤄야 한다.

이 같은 차원에서 몇 가지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의제가 있다. 그중에서 원자력 안전은 우선하여 살펴봐야 할 분야이다. 중국은 동부 연안을 중심으로 원전을 확대하고 있고 한국도 다수의 원전을 운영한다. 어느 한쪽에서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상대국에도 그 영향을 판단할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한중일 원자력안전 고위규제자회의와 합동 방재 훈련의 틀이 이미 존재하는 만큼 새로운 협의체를 추가하기보다 통보 기준과 공유 정보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양국이 접하고 있는 서해는 실질적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지난 5월 28일 한중 양국은 함정 2척과 헬기 1대씩을 투입해 첫 실기동 해양수색구조 합동훈련을 시행했다. 조업 중인 어선의 화재를 가정해 사고 전파와 수색·구조, 화재 진압, 해양오염 방제까지 함께 점검한 것이다. 실제 사고에서는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인명피해와 어장·연안 생태계의 손실이 함께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합동훈련을 정례화해 연락 체계와 현장 지휘, 구조·방제 자원 투입 절차를 반복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해양쓰레기와 수질오염, 수산자원에 대한 공동 조사와 정보교환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이슈가 되는 영역은 바로 시공을 초월해 정보가 수시로 넘나드는 사이버공간이다. 보이스피싱 조직과 서버, 피해자와 금융계좌가 여러 국가에 흩어져 있어 어느 한 나라의 수사만으로 범죄망 전체를 끊기 어렵다. 2025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가 체결된 만큼 이제는 통신과 자금 흐름을 신속하게 추적하고 필요하면 자금 동결과 증거 보전으로 이어지는 실무 체계를 갖춰야 한다. 국가가 배후에 있는 해킹처럼 안보적 판단이 개입되는 문제와 국민을 직접 겨냥한 초국경 범죄를 동일한 틀에서 다루기보다 협력이 가능한 영역을 구분해 접근하는 편이 낫다. 감염병과 마약·불법무기도 성격은 다르지만 조기 인지와 정보교환, 신속한 공조가 피해를 줄이는 데 유효하다.

다만 협정이나 연락망을 마련하는 것만으로 실제 협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재난과 보건, 사이버 관련 정보에는 국가의 책임과 안보, 산업적 이해가 얽혀 있어 위기 상황에서 정보 공개와 공유가 지연될 수 있다. 북핵과 미·중 전략 경쟁 같은 구조적 갈등 역시 한중 협력의 제약 요인이다. 따라서 위험관리를 상대방의 선의나 정치적 신뢰에만 맡길 수는 없다. 원전 사고와 해양오염, 초국경 범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양국 모두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상호 이해관계를 협력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를 계속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련된 협력체계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다. 위험 단계별 통보 기준과 24시간 연락망, 반드시 공유해야 할 최소한의 정보를 명확히 하고, 정기적인 공동 훈련을 통해 실제 대응 절차를 점검해야 한다. 정보의 신뢰성과 합의사항의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협력만큼은 양국 관계가 악화하더라도 최소한의 기능이 유지돼야 한다.

한중 협력을 교역 확대나 투자 증가와 같은 가시적인 경제 성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초국경 범죄를 조기에 차단하며 감염병과 해양오염의 피해를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성과다. 앞으로 한중 협력은 공동의 이익을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국경을 넘는 위험을 관리하고 잠재적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 경기연구원 AI 연구실 연구위원 ▲ 한양대학교 전략정보학과 겸임 교수 ▲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지방정부 특위 위원 ▲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해외기관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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