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눈앞] 수출액 늘었다고 경쟁력도 커졌나…품목별 속내는 제각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상 첫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수출액 증가를 모든 품목의 경쟁력 강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는 가격과 물량, 고부가 제품 경쟁력이 함께 수출을 밀어 올린 반면 이차전지는 세부 품목에 따라 단가와 물량이 엇갈리면서다. 수출 1조 달러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총액뿐 아니라 품목별 수출의 질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466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09.0% 급증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고인 47.5%에 달했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진 영향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뿐 아니라 수출 물량도 증가하면서 반도체 수출은 3개월 연속 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차전지 수출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8월 이차전지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24.0% 증가한 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차전지 단가 회복과 전기차용 신규 주문 확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활성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다만 이차전지 수출의 세부 흐름은 품목별로 엇갈렸다. 관세청 무역통계상 HS코드 품목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리튬이온 축전지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4.3%, 수출 중량은 8.2% 증가했다. 수출액을 중량으로 나눈 톤(t)당 수출액은 5.6% 올랐다. 이 수치는 제품 구성 변화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실제 판매가격이나 제품 경쟁력을 직접 나타내지는 않는다.

전기차용 이차전지는 t당 수출액이 6.9% 늘었지만 수출 중량이 14.7% 줄면서 수출액은 8.8% 감소했다. ESS용도 t당 수출액은 11.0% 올랐으나 수출 중량이 10.6% 줄어 수출액이 0.8% 감소했다. 반면 기타 축전지는 t당 수출액이 13.9% 하락했지만 수출 중량이 100.9% 급증하면서 수출액은 73.0% 늘었다. 이차전지 수출 개선을 단가 상승이나 제품 경쟁력 회복이라는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과거 경쟁력 분석에서도 품목별 차이는 뚜렷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22~2024년 품목별 경쟁력 기여도를 불변시장점유율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경쟁력 요인의 기여도는 반도체가 12.1%포인트를 기록했다. 반면 이차전지와 일반기계는 각각 -30.6%포인트와 -16.4%포인트로 나타났다. 당시 중국산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범용기계의 수출 확대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다만 해당 분석은 2024년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만큼 최근의 수출 회복을 곧바로 경쟁력 강화나 약화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일반기계 수출도 일부 품목의 관세 인하 등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1.8% 증가했다. 대중국 일반기계 수출은 33% 늘었다.

바이오헬스와 화장품 등 다른 품목도 호조를 보였다. 8월 바이오헬스 수출은 22.3% 증가한 14억1000만 달러, 화장품은 52.1% 늘어난 13억1000만 달러로 각각 역대 8월 최대를 기록했다. 

이예람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반도체는 단가 상승뿐 아니라 수출 물량도 많이 늘었고 고품질 메모리 분야의 경쟁력도 유지되고 있다"며 "바이오와 소비재 등 다른 품목도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품목별 경쟁력 격차가 확대됐는지를 판단하려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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