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달 1일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 규모의 사내 주택 대출 제도를 전격 시행한다. 노사 합의를 거친 주거 안정 목적의 복지 확대 정책이지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핵심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한 고도의 '락인(Lock-in)'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대출 제도는 무주택 임직원의 주택 구입 및 전세 자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대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연 1.5% 수준의 파격적인 저리가 적용된다. 사내 대출 특성상 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가계대출 문턱에 막혔던 임직원들에게 강력한 유동성 물꼬를 터줄 전망이다.
대출 신청 대상은 공시가격 25억원 이하 주택이다. 수도권과 광역시는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5㎡ 이하 물건으로 범위가 제한됐다. 이미 집을 보유한 1주택자라도 기존 주택 처분과 신규 주택 매수를 당일에 동시 진행하는 이른바 '갈아타기' 거래 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통해 사내 대출 제도를 핵심 복지 개선안으로 전격 합의했다. 당시 노조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대출 규제 강화로 임직원의 주거 부담이 가중되자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주택 자금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사업장 인근의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주거 안정이 시급하다고 인식하면서다.
사측 역시 노조의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형태를 취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파격적인 주거 지원을 통해 기술 인재의 경쟁사 이탈을 방어하려는 전략적 셈법이 맞물린 결과다.
사내 대출은 퇴사 시 잔여 대출금을 일시 상환하거나 저리 혜택이 즉시 소멸하는 구조다. 이직 시 수억 원대의 금융 부담이 상존하는 탓에 경쟁사나 해외 기업으로의 이탈을 억제하는 핵심 장치로 꼽힌다. 용인, 평택 등 반도체 생산 거점 조성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핵심 기술 인재의 주거 정착이 장기 근속과 직결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인재 정착 효과는 지역 경제 및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반도체 수혜 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투자 확대와 인구 유입이 지역 주거 안정과 고용 창출을 유발하고 나아가 실질 소비를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인력의 정주 여건 개선이 클러스터 주변 경제를 살리고 반도체 생태계 안정화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주택 마련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저리 사내 대출은 실질적인 복지 체감도를 크게 높이는 유인책"이라며 "노사 간 수요가 부합한 전략적 복지 모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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