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로 거대한 거미줄이 축 늘어진다. 투명한 유리구슬이 이슬처럼 송글송글 맺혔지만, 왠지 불길하다. 거미가 나타나 몸을 칭칭 감을 것만 같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별자리처럼 보인다지만, 오히려 거미줄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먹이가 된 듯하다.
포도뮤지엄은 오는 2일부터 서울 삼청동 선혜원에서 선보이는 전시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에서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모나 하툼의 대형 설치작품 'Web'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작품은 선혜원의 웅장한 2층 한옥 경흥각 서까래 아래를 가득 채운다.
하툼은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둔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거미줄의 의미는 관람객마다 다를 것"이라며 "사냥감을 포획하는 도구, 부드러움 뒤의 불길한 기운 등 상반된 기류를 느끼고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Web'은 경흥각 1층과 2층에서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1층에서 올려다볼 때는 거미의 먹이가 될 것만 같았다면, 2층에서는 거미줄 위를 유유히 거니는 거미가 된 듯하다. 보이지 않던 바로 그 거미다. 시선의 높이에 따라 포획 당하는 자에서 포획하는 자로 위치가 바뀐다.
‘Web’은 덫이자, 집 혹은 보호막이다. 포도뮤지엄은 “한 올의 가느다란 선은 거듭 이어지며 공간을 짓고, 불완전한 구조 안에 팽팽한 긴장을 세운다”며 “가장 위태로운 것이 때로는 가장 질기게 스스로를 지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레바논 베이루트의 팔레스타인계 난민 가정에서 태어난 하툼은 1975년 런던에 머물던 중 레바논 내전이 발발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후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집과 신체, 경계와 권력, 개인과 세계의 불안정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하툼은 자신의 작품이 "선혜원의 자연 환경에 가벼움과 연약함을 더하면서 조화롭게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 제목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에 대해 "흔들리고 휘어지기도 하지만 부서지지 않는 것이 인간"이라며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 무서운 것과 좋은 것을 모두 포용하고 흐름에 맡겨 살아가는 것. 그것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성임과 김윤수의 작업도 볼 수 있다. 최성임은 금색 빵끈을 하나씩 엮어 만든 6.2×4.8m에 달하는 '황금이불'을, 김윤수는 유모차 방풍막 재료인 파란색 PVC 비닐로 여러 사람의 발바닥 윤곽을 그리고 오려낸 뒤 층층이 쌓은 '바람의 표면' 시리즈를 선보인다.
김희영 포도뮤지엄 총괄디렉터는 기획의 글을 통해 "이번 전시가 쉽게 지나쳤던 것들 속에 묵묵히 스며 있는 시간을 바라보고, 그 시간을 견뎌온 삶을 헤아리며 서로의 안부를 조용히 묻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무료 관람 예약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일주일 단위로 열린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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