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남대서양의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에 대한 미국의 입장 재검토를 꺼내 들었다. 40여 년간 포클랜드 제도의 주권 문제에서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온 미국이 영국의 방위비 증액 여부를 지렛대로 삼아 정책 변화를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포클랜드 제도 주권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모든 입장을 항상 재검토한다. 이것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재검토 결과 기존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포클랜드 제도에 대한 주권 문제에서는 줄곧 중립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영국의 실효 지배를 인정하면서도, 아르헨티나 역시 주권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 것이 미국의 기본 원칙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영국의 앤디 버넘 신임 내각이 방위비 인상을 철회할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나온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존 힐리 영국 재무장관은 오는 10월 28일 있을 그의 첫 예산안 발표에서 2030년까지 방위비를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3%까지 인상하는 이전 정부의 약속을 철회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주 더텔레그래프지는 영국이 방위비 인상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은 포클랜드 제도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한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동안 '방위 무임승차론'을 주장해 온 트럼프는 주요 동맹 및 우방국들에게 방위비 인상을 압박해 왔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총 5%(핵심 방위비 3.5%, 안보 간접 비용 1.5%)까지 높이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지난 4월 유출된 미 국방부 이메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서 영국이 미국을 지원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영국의 포클랜드 제도 영유권 주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이번 발언 자체가 40여 년간 이어진 미국의 중립 기조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영국과 아르헨티나 모두 이후 워싱턴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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