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을 덮친 대규모 빙하 붕괴·토석류로 사망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피해 주민들이 재난을 인지한 뒤 대피할 수 있었던 시간이 불과 몇 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고산지대의 열악한 기상 관측망과 초국경 재난 데이터 공유 부족이 초대형 산악재해에 대한 조기 대응을 어렵게 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현지시간) CNN, BBC 등이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NDRRMA)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네팔에서 903명이 숨지고 4247명이 실종됐다. 또한 중국 티베트에서도 16명이 사망하고 546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양국을 합치면 사망자는 919명, 실종자는 4793명에 달한다. 아울러 실종자 중 외국인 실종자만 853명에 달하고, 이 중 현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 9명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 외교부는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이 소방청 인원 9명으로 구성된 육로수색팀을 구성한 가운데 이날 사고 현장과 1~2㎞ 정도 떨어진 람체 지역까지 이동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응팀은 헬기 수색도 함께 추진하고 있지만, 네팔 군 당국이 안전 문제와 항공 혼잡 등을 이유로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 헬기 투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번 참사는 지난 26일 네팔 라수와 지역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에서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와 산악 지반이 붕괴하면서 시작됐다. 얼음과 암석, 진흙이 한꺼번에 계곡으로 쏟아진 뒤 거대한 토석류와 홍수로 변해 마을과 도로, 교량, 전력시설 등을 휩쓸었다. 특히 토석류가 계곡을 가로질러 국경 인근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이 불과 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주민들이 사실상 대피할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의 다람 라지 우프레티 청장은 "사람들은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전에 경고를 받았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그는 고산지대에 기상관측소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국경을 넘어 기상·기후 데이터를 공유하는 체계도 미흡하다며 이를 네팔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문제는 히말라야 고산지대가 기존 기상관측 체계로 포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다. 높은 고도에 관측소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이 따른다. 이 때문에 급격한 기온 변화는 물론 빙하와 영구동토층, 산사면의 불안정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네팔과 중국 간 재난 정보 공유도 논란이 됐다. 네팔 측 관계자들은 올해 초 재난 대응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회의 이후에도 중국으로부터 빙하 위험이나 수위 등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공유받지 못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반면 주네팔 중국대사관은 중국이 기존 기술의 범위에서 관련 지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평가하고 있으며 중요한 정보를 네팔 측에 적시에 공유해 왔다고 주장했다.
2차 재난 위험도 여전히 남아 있다. 빙하 붕괴 당시 쏟아진 토석이 강을 막으면서 폐색호가 형성됐고, 추가 산사태로 새로운 폐색호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구조 작업 역시 악천후와 추가 홍수 우려로 여러 차례 중단됐다.
아울러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가 지목받고 있는 가운데 향후 유사 재해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고산지대 관측망 확충 및 빙하·수위·지질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주변국 간 데이터를 공유하는 국경 초월형 조기 경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네팔 정부는 이번 대홍수 피해 복구비로 약 40억∼50억 달러(약 5조5000억∼6조9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네팔 전체 경제 규모의 10%에 가까운 큰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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